美 신경과학계, 행복에 심리·정서적 요인이 끼치는 영향 관한 과학적 근거 발표

2019-04-05 14:48:20 이강훈 기자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거짓말을 하고 우리 마음이 엉뚱한 것을 찾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사진=ⓒ123RF)

소.확.행 2018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이 올해도 팍팍한 삶에 찌든 우리의 심장을 저격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의 ‘크고 불확실한 행복’을 마냥 꿈꾸기보다는 눈앞의 작은 행복을 누리자는 것이다. 

늦은 밤 야근을 마치고 먹는 갓 튀긴 치킨과 냉동실에 잠시 넣어뒀던 시원한 맥주가 지친 하루를 달래주고, 친구와 자질구레하게 신세 한탄을 하며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이 꿀맛이다. 눈여겨 두었던 가성비 좋은 물건을 우연히 득템했다면 그것 또한 소확행이다. 

인생 뭐 별거 있나? 파랑새는 어차피 우리 곁에 있다는데. 마음먹기에 따라 틸틸과 미틸 남매처럼 힘들게 찾아 헤매지 않아도 행복한 일을 찾을 수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꿀꿀한 기분을 떨쳐낼 방법을 찾으면 된다. 문제는 우리 뇌가 안 따라준다는 것. 일단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해버리면 ‘이러지 말자’고 스스로 다그쳐봤자 소용이 없을 때가 있지 않은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세 명의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들은 “뇌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 그다지도 어려운지를 신경과학적 측면에서 설명했다.

로리 산토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엉뚱한 것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안, 우울증, 외로움에 적지 않게 물들어 있으므로 우선 우리 뇌가 행복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WEF의 2019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바탕으로 보면 구조적 변화가 사람들의 삶과 일, 인간관계에 두루 영향을 미치며 정신적, 신체적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의 뇌를 싹 갈아엎는 게 가능할까? 우리 뇌가 새롭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정의하도록 돕는 길을 소개한다.

행복은 소득순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돈은 행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돈이 있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이 없어서 비참하고 불행한 때도 있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값싼 립스틱이라 할지라도 행복한 지출을 통해 소확행을 느낀 사람들은 어쩌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돈이 더 많아지면 행복한 지출이 더 늘고, 그만큼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소득 수준과 행복은 일정 수준까지는 거의 정비례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더는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느 정도 안정된 소득이 보장된 이후에는 소득이 더 늘어도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감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와 앵거스 디턴 교수가 진행한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봉 7만5천 달러 미만 구간까지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감도 높아지지만, 연봉이 7만5천 달러 이상이 되면 행복감 상승세가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소득 상승이 행복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돈을 남보다 두 배 많이 번다고 두 배 더 행복한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돈과 도덕성

몰리 크로켓 예일대 심리학과 조교수는 “우리 뇌가 돈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그 돈을 도덕적으로 벌었는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크로켓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현금을 받는 대가로 피실험자 자신 또는 낯선 사람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요청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이 낯선 사람에게 전기 충격을 가할 때는 자신에게 전기 충격을 가할 때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을 받으려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후 크로켓 교수는 실험의 매개변수를 변경하고 피실험자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서 얻은 돈은 좋은 목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대부분 피실험자는 개인적인 이익을 얻을 때는 낯선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보다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편을 택했지만, 이렇게 해서 받은 돈이 자선단체에 전달된다고 하자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전기 충격을 주었다. 

이를 본 크로켓 교수는 “돈의 가치는 돈의 도덕적 결과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이유로 댈 수 있는 이야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인 위한 행복

행복을 증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자원봉사와 자선활동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엘리자베스 던과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 교수인 마이클 노튼은 지출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아침 일찍 실험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5달러 또는 20달러를 나눠주고 오후 다섯 시까지 돈을 다 쓰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자신을 위해 돈을 쓰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기부하거나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등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라는 조건을 붙였다. 

실험 전에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편이 기분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험 후의 행복 상태를 측정한 결과, 액수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쓴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쓴 사람들에 비해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연구에서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123RF)

사회적 관계 속 행복 찾기

사회적 연결 또한 우리의 기분을 한층 좋게 만들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과 짧은 대화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2014년 미국 시카고대학의 니콜라스 에플리와 줄리아나 슈뢰더 연구팀은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혼자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을 섭외해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에는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낯선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게 하고, 두 번째 그룹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마지막 그룹에는 평상시에 하던 대로 행동하라고 했다. 

실험이 시작되기 전에 이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할 때는 대부분이 조용히 고독을 즐기는 것이 가장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가장 즐겁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놀랍게도 끊임없이 낯선 타인과 대화한 첫 번째 그룹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며, 반대로 혼자 고독하게 있었던 두 번째 그룹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산토스 교수는 “혼자 고독을 즐기는 것이 행복을 줄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행복해지는 길은 사회적 동물로서 주변과 소통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우리가 맺는 사회적 관계의 질은 뇌가 느끼는 행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이 포옹하고, 정말로 재미있게 놀다 보면 행복감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심지어 4주 동안 하루에 다섯 번씩 포옹했더니 행복감이 많이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명상

헤디 코버 예일대 정신과 및 심리학과 부교수는 멀티태스킹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만큼 우리의 마음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시간을 허비하기에 십상이고, 그러다 집중을 못 하면 결국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우리의 마음을 돌보는 명상은 집중력과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 코버 교수는 “명상 훈련은 우리 뇌를 변화시킨다”며 “명상은 정신적 경험을 바꾸고, 스트레스와 질병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는 쪽으로 우리 몸을 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너그러운 마음과 공감 능력 갖추기

너그러운 마음과 공감 능력이 행복감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이것은 신경과학에 따라 입증된 사실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신경과학자 조던 그라프먼은 뇌 영상을 연구해, 우리가 자선을 받는 쪽에 있을 때 반응하는 뇌의 쾌락 영역이 반대로 우리가 자선을 베풀며 남에게 친절한 행동을 할 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이런 반응은 우리가 타인에게 관대하게 대하는 행동에 대한 보상을 느끼도록 해준다. 

행복을 지속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 지능이다. 정서 지능은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서 지능이 발달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정서를 파악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며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는 것을 몹시 꺼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회피하다 보면 더 많은 문제와 스트레스를 마주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무턱대고 피하지 말고 감정을 다스리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생각을 바꾸는 것이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길이다. 

[리서치페이퍼=이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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