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즈

후천적 경험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의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랜 논쟁거리였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후생적 변형의 영향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막스플랑크 면역생물학 및 후생유전학 연구소는 후손에게 전달되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유전 DNA및 후생유전학에 관한 주목할만한 증거를 제시했다.

그결과 생활방식 및 식습관, 트라우마, 질병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후생적 메커니즘을 형성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특정한 유전자를 활성화 및 비활성화시켜 사람의 DNA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스플랑크 면역생물학 및 후생유전학 연구소의 니콜라 이오비노(Nicola Iovino) 박사가 주도했던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최초로 유전적 프로그래밍에 관한 생물학적 결과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어머니의 후생유전적 정보가 아이를 적절하게 개발하고 생존하게 하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체에는 250개 이상의 다른 세포 유형이 있으며, 모든 세포 안에는 동일한 순서로 동일하게 복제된 DNA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신경 세포나 간 세포처럼 일부 세포는 매우 다른 외관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후생유전학 과정이 진행되는 장소다. 후생유전적 변형은 DNA에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특정한 단백질과 결합하거나 분리시키는 위치를 지정한다. 즉, 모든 세포에서 DNA의 활성화 및 비활성화 패턴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체의 DNA 염기서열은 정해져 있는 반면, 후생유전적 지표는 다양한 환경적 자극과 생활방식에 반응해 개인의 삶 전체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예를 들어, 폐암과 담배의 관계는 담배 연기로 인해 폐 세포의 후생유전적 구성에 변화를 야기한다.

개인의 삶에서 습득된 후생유전적 기억은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없다고 오랫동안 추정돼왔다. 그러나 최근 로비노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후생유전적 변형이 사실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과학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직 이러한 지표가 후손들에게 작용하는 방법과 그 영향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면역생물학 및 후생유전학 연구소 연구팀은 어머니에서 아이로 전달되는 후생유전적 변형의 메커니즘을 조사하기 위해 초파리를 사용해 실험했다. 연구팀은 인체 내에도 존재하는 소위 H3K27me3라고 불리는 특정 지표에 초점을 맞췄다. H3K27me3는 유전자 억제와 관련이 있다. H3K27me3는 염색질로 알려진 세포핵 내의 DNA 외부를 변형시킨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다른 유전적 지표는 삭제됐지만, 부모의 난세포에 염색질을 표시한 H3K27me3 변형은 수태 작용 후 배아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피데스 젠크 (Fides Zenk)는 이를 통해 어머니가 자신의 후생유전적 지표를 배아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젠크는 이러한 변형이 후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여부를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후생유전적 변경이 세대가 바뀌면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과 초기 배아 형성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유전자 활성화를 주관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입증했다. 유전 가능한 후생유전적 정보의 자연적인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성과다.

인간 DNA가 약 2만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유전자를 조절하는 후생유전적 메커니즘의 역할을 해독하는 것은 상당한 연구를 요하는 일이다. 호주 노스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오즈렌 보그다노빅 (Ozren Bogdanovic) 박사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초기 단계다. 그는 H3K27me3가 초기 배아 형성 단계에 중요하지만 유전될 수 있는 수많은 히스톤 지표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른 히스톤도 다른 성장 단계에서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후생유전학연합 (Australian Epigenetics Alliance) 회장 수잔 클락 (Susan Clark) 교수는 이번 결과는 초세대간 후생유전을 해독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 분야의 추가 연구로 식습관 및 스트레스가 어떻게 미래 세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유용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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