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등장한 '주급 100만원 알바'가 누리꾼의 관심을 모았다. 구직자의 눈을 번뜩이게 하는 일명 '고수익 알바' 모집 공고에 많은 이들이 앞 다퉈 지원했다. 최종 경쟁률은 수백대 일에 육박했다. 하지만 고액 알바의 실체는 '보이스피싱 운반책'이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말로 구직자들을 속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가담하도록 만든 것이다.
보이스피싱 등 형사사건을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송파변호사는 "가짜 고수익 알바 모집공고에 따른 금융사기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에 활용할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구인공고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있다"며 "이후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하거나, 회사 차원의 절세를 목표로 구직자의 계좌로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구직자의 계좌로 돈을 입금한 뒤 이를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무인 캐비넛에 넣을 것을 지시한 뒤 일정 분량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많은 구직자들이 회사의 전체 업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용인의 지시를 따르기 때문에 단순 배송인 줄 알고 지원했다가 구매대행 등 수법으로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 받는다. 일반적으로 편취금액이 1억 원 미만인 사건은 3년 이하의 징역형에, 1억 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2년에서 5년의 징역형이 선고 된다. 그러나 이처럼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범죄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3만4,0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피해액 또한 4,040억 원에 이른다.
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은 '선진국형 범죄'로 불린다. 정보통신망이 정립된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통신망과 인터넷뱅킹·스마트폰 등의 보급률이 높은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는 것 또한 이러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을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늘어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가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송파변호사 서지원변호사는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또 다른 케이스로는 '대포통장'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포통장이란 주사용자와 은행계좌명의자가 다른 비정상적인 통장이다. 이뿐 아니라 계좌에 대한 현금카드나 체크카드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모두 전자금융거래법상 위법에 해당한다.
송파변호사 서지원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은 다양한 형법에 저촉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보이스피싱 주도자에게 사기죄나 공갈죄가 성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