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km 경로 자기장 감지로 이동

뱀장어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으로 산란을 위해 강으로 이동하며, 그들의 자손은 수천 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가 부모들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뱀장어들이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는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으나 최근 몇몇 해양 생물학자들은 이들이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본 후지사와 대학의 뱀장어 생물학자인 마이클 밀러 박사는 "어린 뱀장어는 자기장을 찾는 훌륭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대서양 미국 바하마 제도의 동쪽 앞바다인 사르가소해에서 태어난 유럽뱀장어 새끼들은 유럽 연안의 담수 하천까지 6400㎞를 여행해 고향을 찾는다.

연구팀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연어와 바다거북, 송어 등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찾아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성장한 뱀장어도 자기장을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어린 뱀장어들에 대해 똑같은 증명을 하는 과정은 물고기가 움직이는 패턴을 식별하기 어렵다보니 상당히 까다롭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해양생물학자 루이스 내스벳-존스와 국립 해양 및 대기 해양 생물학자이며 플로리다 마이애미 대학의 대서양 해양학 및 기상연구소의 네이선 푸트먼 박사는 25cm폭의 수중 장치를 설계했다.

이들은 수조를 30도 각도의 12개 구역으로 나눠 유럽뱀장어의 이동경로에서 발견되는 여러 자기장 조건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고 뱀장어 치어를 넣어 움직임을 관찰했다.

뱀장어들은 사르가소해에서 대부분의 뱀장어들이 서남쪽을 향했듯, 한쪽 방향으로 반응했다. 북미 대서양 연안에서는 동북 방향으로 이동했던 것처럼 자기장을 바꿔주면 뱀장어들의 반응 방향은 달라졌다.

내스벳-존스 박사는 "놀라운 것은 뱀장어들이 자기장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자기장의 변화도 구분해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험에서 뱀장어들이 처음에 향한 방향은 고향(유럽) 쪽이 아니었으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관찰한 결과 장어들이 멕시코 만류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큰 결함이 있다고 몇몇 전문가는 말한다. 뱀장어는 성장에 따라 모습이 변화하는데 갓 태어난 치어는 실험 대상과 동일한 감각 기능을 갖고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연구팀은 추가 조사를 통해 성숙한 뱀장어 역시 자기장을 이용해 이동한다는 것을 증명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뱀장어를 비롯해 참치나 돗새치, 황새치, 상어처럼 이동을 많이 하는 어종의 개체수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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