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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녹아웃', 특정약물 실패 규명 열쇠
유전자에 따른 맞춤형 치료법 나오나
등록일 : 2017-04-19 22:30 | 최종 승인 : 2017-04-19 22:30
정세진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없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유전자를 가리키는 이른바 '인간녹아웃'을 통해 특정 약물이 인체에 듣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정 유전자가 실험용 쥐에게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고 싶을 때, 과학자들은 해당 유전자를 녹아웃(knockout)시킨다.

인간의 경우에는 그런 시험이 불가능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녹아웃인 경우가 있다. 즉, 하나 이상의 유전자를 갖지 않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1만500명의 파키스탄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갖고 있지 않아도 특별한 의학적 문제가 없는 유전자를 1300개 이상 가진 이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어떤 신약은 임상시험에서 실패하고, 어떤 신약은 성공하는 이유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아이슬란드인과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인간 녹아웃 연구가 이뤄진 적이 있으나. 이번 연구는 '외견상 건강한 인간 녹아웃을 찾는 연구'의 최신판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인간게놈 프로젝트에서는 1만8000개의 인간유전자 목록을 제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중에서 특정 유전자가 누락되면 어떤 생물학적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연구의 공동 저자인 브로드연구소 심장병 유전학자 세카 캐써레산 박사는 밝혔다.

파키스탄인들은 종종 사촌과 결혼하는데, 이럴 경우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양친이 모두 자녀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

이때 해당 유전자가 성염색체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녀에게 전달된 한 쌍의 유전자는 완전히 녹아웃(full knockout)되어 기능을 갖지 못한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심장병 및 당뇨병 연구를 수행하던 중, 그들의 DNA를 시퀀싱해 봤다.

그 결과 1317개의 유전자가 완전히 녹아웃돼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그런 사람들의 혈액을 분석해, 200개의 임상적 생체지표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이들은 유전자가 녹아웃된 두 사람에게서 몇 가지 생체지표의 이상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가령 Lp-PLA2라는 효소의 유전자변이는 동맥 경화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 속에 Lp-PLA2가 많이 존재하면 심장마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제약회사들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Lp-PLA2 차단제를 개발해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Lp-PLA2 유전자가 하나 이상 결핍된 파키스탄인들은 해당 약물을 복용해도 심장병 위험이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팀은 또 하나의 심장병 표적 치료제인 ApoC-III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다. ApoC-III는 중성지방에 대한 대사능력을 제한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APCO3 유전자 하나가 결핍된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최근 4년간 한 쌍이 모두 결핍된 사람들은 나나지 않았다. 미국인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

그런데 이번 실험에 참가한 파키스탄인 가족 11명은 양친과 자녀 아홉 명이 모두 APCO3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가족에게 '지방이 가득 든 밀크세이크'를 먹게 했으나 그들의 혈중 지질농도는 별로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들의 동맥에 지방이 별로 축적되지 않아 심장마비 위험이 적다는 것을 나타낸다.

ApoC-III 차단체 역시 'PCSK9라는 유전자가 결핍되어도 건강한 여성'에게서 힌트를 얻어 개발된 것이다.

영국 퀸메리대학교의 인간유전학자 데이비드 반 힐 박사는 "이번 연구는 특정 녹아웃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한 최초의 연구"라며 "특정 유전자가 녹아웃된 사람들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많은 사례들을 수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약 20만 명의 파키스탄인들을 조사하면 약 8700개 유전자의 녹아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중에는 초기 발생과정에 필수적이어서 인간 녹아웃이 탄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캐써레산 박사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인간녹아웃프로젝트(Human Knockout Project)'를 출범시켜, 대규모 집단연구들의 결과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브로드연구소의 대니얼 매카서 박사는 조만간 EXAC라는 대규모 인간유전체컬렉션에서 나오는 녹아웃 유전자를 포함하는 인간녹아웃프로젝트의 원형(prototype)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의 궁극적인 계획은 학계의 연구자들과 제약회사들이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개인들을 섭외해 임상시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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