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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고서 "인간 DNA 조작, 안전장치 있어야"
등록일 : 2017-02-15 10:00 | 최종 승인 : 2017-02-15 10:00
정세진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아기의 유전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인간 배아의 DNA를 조작하는 것은 언젠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으나, 특별한 환경에서 안전장치를 갖춘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미국의 한 보고서가 밝혔다.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NAS)와 워싱턴 DC의 국립 의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Medicine)가 최근 소집한 국제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러한 임상 실험은 "위험성과 이점에 관한 더 많은 연구를 거쳐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매디슨의 위스콘신대학교 생명윤리 전문가인 알타 차로 공동위원회 위원장은 "심각한 유전병을 앓고 있는 부부가 건강한 자녀를 얻기 위해 배아 DNA 조작을 하는 것은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며 꼭 필요한 경우, 엄격한 감독 하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연구원들은 아기를 만들 수 있는 인간의 난자, 정자 또는 초기 배아의 DNA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학계의 이전 결론과 일치한다며 이 보고서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미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의 게놈 연구원 에릭 랜더는 "그들은 대부분의 생식 세포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문호를 닫았으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 의견으로는 그것은 무리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랜더 연구원은 지난 2015년 12월에 NAS에서 열린 국제 정상 회담의 주최자 중 한 명으로, 배아 편집을 진행하기 전에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전자 조작 실험이 현재 '금지'라고 명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서가 실험에 대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주 리치몬드의 DNA 연구업체 새네검 테라퓨틱스(Sanagam Therapeutics)의 CEO 에드워드 랜피어 "이 보고서가 요구하는 광범위한 공개 토론이 없으면 어조를 긍정적인 위치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임상 배아 조작 허용에 대한 유예를 촉구하는 '네이처' 논평을 공동 집필한 바 있다.

반면 배아 조작을 보고서보다 더욱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유전학회 센터 상무이사인 마르시 다르노프스키는 "우리는 인간 배아 조작이 전면 금지돼야 한다는 기존의 광범위한 협약과는 다른 이 보고서에 실망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커져가는 논란

미래 세대에게 전달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인간의 DNA를 조작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윤리적으로 한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 금지되어 왔다.

그러나 게놈 수정을 훨씬 쉽게 만드는 CRISPR과 같은 새로운 DNA 조작 수단이 생겨나면서 이 문제는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15년 4월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는 인간 배아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치료하는 수단으로 CRISPR을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결함이 있는 배아를 실험용으로 사용했으며 자궁에 이식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으나 이 작업은 이른바 '맞춤형 아기'가 이미 현실화됐다는 두려움을 촉발시켰다.

이 논란에 대해 2015년 NAS 정상 회의를 개최한 조직위원회는 "안전과 사회적 파장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없이 생식세포 조작의 임상적 사용을 진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과학과 의학 분야의 아카데미에서는 과학 및 윤리적 문제를 보다 면밀히 조사하기 위한 국제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의 보고서는 인간의 배아 조작이 아기가 심각한 유전 질환을 갖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라면 허용될 수 있지만 특수한 안전 및 윤리적 기준이 충족되는 경우에 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부부가 체외수정(IVF)을 위해 건강한 배아를 선택하거나, 산전 검사 결과 유전질환을 갖고 있는 태아를 낙태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보고서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단 한 가지 상황은 부모 양쪽 모두 두 가지 형태의 돌연변이로 인해 생기는 낭포성 섬유증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어, 태아에게도 해가 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이렇게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 아기에게 바람직한 유전적 특성을 부여하는 등의 다른 목적으로 배아 조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정부의 감독이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랜더 박사는 "경사면에 마찰 테이프를 붙이면 경사가 미끄러지지 않는 것처럼, 배아 조작의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윤리 논란, 어디까지 왔나?

2015년 NAS 정상회의의 조직 위원장을 맡고 있는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데이비드 볼티모어 연구원은 보고서의 권고안이 연구자와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기초해 정상 회의가 결론지은 내용을 본질적으로 문서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보고서 작성자가 배아 조작 허용 기준을 명시적으로 표기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보통의 과학자들과 다른 위치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다르노프스키 박사는 이번 보고서가 배아 조작의 "문을 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일단 규제 당국이 중대한 질병에 대한 배아 조작 치료를 승인하면, IVF 진료소가 배아를 바람직한 유전적 특성을 선택하기 위해 자유롭게 사용하는 일도 막을 수 없게 된다며, 보고서의 제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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