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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개미, 곤충의 사회성 연구에 도움
2019-05-07 09:00:07
정세진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개미나 벌처럼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주어진 본능만으로 인간 못지않게 복잡한 사회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최근 세계 최초의 유전자 조작 개미에 대한 연구 결과로 인해 곤충의 사회적 행동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에 대한 핵심 단서가 밝혀졌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생물 행동학자인 버트 홀도블러 박사는 “이것은 실험적인 사회 생물학에서의 진정한 돌파구”라고 말했다.

연구 개미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실험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기도 하다.

찰스 다윈과 같은 생물학자들은 개미가 사람과 다른 유기체로서 작용하는 응집력 있는 집단을 형성하고 때로는 하나, 혹은 몇 마리의 개체가 이를 따라하는 사회적 행동의 진화에 관심을 가져 왔다.

사진설명-개미가 페로몬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

꿀벌에 대한 연구는 곤충의 사회성에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으나, 꿀벌이나 개미와 같은 곤충의 유전자 기능을 조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벌과 개미 같은 곤충은 특히 유전적 변형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과학자들이 개체 하나한의 게놈을 수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개미의 알은 매우 민감한데다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위스 로잔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로랑 켈러는 “유전적으로 변형된 개미 혹은 벌의 난자를 생존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 곤충은 그 생활주기가 복잡하고 타이트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 내에 유전자 변형 된 새끼를 대량으로 얻기가 까다롭다.

뉴욕 록펠러 대학의 진화 생물학자 다니엘 크로나우어는 클론 레이더 개미(Ooceraea biroi)라는 종을 이용해 유전자 변형을 시도했다.

이 개미는 여왕을 잘 키우지 않는 대신 각각 자신의 클론으로 발달하게 되는 일종의 무정란을 낳게 된다.

즉 개미가 자신의 게놈을 변형시킨 새끼를 낳으니 유전자 조작 개미를 보다 빠르게 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크로나우어 박사는 “알과 애벌레를 다루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에는 수 년이 걸린다”며 “하지만 이 개미는 자체가 클론이기 때문에 실험에 단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더 개미의 유전자를 수정하기 위해 와링 트리블과 리오노라 올리보스-시스네로스 연구원은 유전자 변형 기술 CRISPR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기존의 난자가 다른 성인의 난포 생성을 억제하는 화학 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개미 알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슬라이드에 테이프를 붙이고 유전 물질을 주사한 후 인공 부화를 시켰다.

그런 다음, 새롭게 부화한 새끼를 개미집에 넣고 몇 달에 걸쳐 직접 양육했다.

대부분의 동물의 경우 수정된 게놈으로 한 개체를 생산하는 것은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모든 후손에게 수정된 유전자가 전해지도록 하려면 여러 세대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개미 자체가 클론과 유사한 형태이기 때문에 첫 번째 자손을 통한 실험만으로 충분했다고 말한다.

트리블 연구원은 개미의 더듬이에서 특수 냄새 감지 신경 세포의 기능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생산하는 '오르코‘라는 유전자를 파괴했다.

사진설명-유전자 조작에 이용되는 몇 가지 기술들

냄새 흡수제라 불리는 이들 세포는 개미와 다른 동물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페로몬을 탐지하는 여러 종류의 센서 중 하나이다.

개미는 다른 대부분의 곤충보다 냄새 흡수제가 훨씬 많아서 초파리의 46개의 10배 가까운 350개 이상을 가지고 있다.

형질 전환 개미의 행동과 뇌의 해부학은 실제로, 냄새 흡수제 수용체의 수가 증가했음을 암시했다.

밝은 색을 띠고 있는 젊은 성인 개미는 첫 달 동안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젊은 형질 전환 개미들은 둥지 안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기 시작했다.

"이 아기 개미가 돌아다니는 모습은 매우 기괴하다"고 트리블 연구원은 말한다. 유전자 조작 개미는 또한 다른 개미가 페로몬으로 남긴 흔적을 따라잡지 못했다.

함께 움직이고 흔적을 따라가는 것은 개미 공동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행동이다.

유전자 조작 개미들은 통상 2주마다 6개의 알을 낳는 다른 개미와 달리 1개 가량 낳는 것에 그쳤으며, 수명도 2~3개월로 보통 개미의 6~8개월보다 현저히 짧았다.

더 놀라운 것은 유전자 변형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개미의 냄새 수용체 신경 말단은 사구체라고 하는 군집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유전자가 조작된 개미들은 사구체가 아예 형성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일리노이 대학의 행동 유전학 연구원인 유진 로빈슨은 “이번 실험은 개미와 다른 종 진화의 또 다른 측면인 사회적 동물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두뇌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물(bioRxiv)’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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