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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흉내내는' 잡초 늘어, 농민들 고민
등록일 : 2019-10-10 11:18 | 최종 승인 : 2019-10-10 11:19
손승빈
잡초는 농민들이 재배 및 수확할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경쟁자다(사진=플리커)

[리서치페이퍼=손승빈 기자]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벼를 모방하는 잡초가 자라는 경우가 늘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대학과 중국의 저장대학 및 중국 과학원의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 잡초는 논에 뿌리를 내리고 마치 쌀인 것처럼 자란다. 농부들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잡초까지 벼처럼 정성스럽게 키운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 저널에 게재됐다.

잡초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작물 수확량을 줄이고 경작을 망친다(출처=플리커)

평범한 벼 사이에 숨어 있는 침략자

잡초는 농민들이 재배 및 수확할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경쟁자다. 잡초를 죽이는 방법은 많지만 잡초와 농부 사이의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만약 잡초가 계속 자란다면 매년 얻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쌀의 양이 줄어들 것이다.

연구진은 논에 존재하는 잡초의 게놈을 연구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이들은 논에서 자라는 잡초의 게놈이 쌀을 모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쌀을 모방하는 잡초가 어떻게 논에서 자라날 수 있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케네스 올슨 교수는 "수백 세대에 걸쳐, 논에서 자라는 잡초 중 농부의 손을 피해 살아남은 것들은 아주 높은 수준으로 쌀을 모방할 수 있게 됐다" "그래야만 농부들의 눈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잡초가 쌀을 흉내 내고 논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을 '바빌로프 모방'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쌀을 모방하며 살아남은 식물은 피다. 피는 벼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초기의 쌀 재배자들은 쌀과 피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논에서 잡초가 같이 자라는 것을 도왔다.

 

연구진은 농민들이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쌀을 흉내내는 잡초의 쌀 모방 및 비모방의 게놈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쌀을 모방하는 잡초인 피는 중국의 역사 기록에 따르면 황하 유역에서 양쯔강 유역으로 이동했고 쌀 농사가 시작된 초기부터 논에서 자랐다. 농부들이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피 또한 1000년 전부터 양쯔강을 가로질러 퍼지게 됐다.

올슨은 "인류는 약 1만 년 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잡초의 침략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잡초 또한 인간의 눈을 피해 비옥한 땅에서 효과적으로 자라날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도 피와 같은 잡초가 널리 퍼졌지만, 일부 지역은 보호받았다. 대표적인 지역이 미시시피 남부 계곡이다. 이 지역에는 잡초가 거의 없다. 올슨은 그 이유가 기계를 사용한 벼 재배 방식 덕분이라고 말했다.

 

피, 벼를 위협하는 잡초 

국제 농업 생명 과학 센터에 따르면, 잡초 '피'는 토양에 있는 질소의 최대 80% 가량을 없앰으로써 주변 작물이 제대로 생장하지 못하도록 하고 토양 자체를 망친다.

또한 피는 토양 내의 질소를 소비한 다음 고농도의 질산염을 방출한다. 질산염은 잠재적으로 작물에 유독한 존재다. 작물의 질병을 악화시키고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퍼뜨리기도 한다. 농업 전문가들은 피를 세계 최악의 잡초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피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증거는 없지만 아시아의 열대 지역에서 온 잡초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피는 아시아, 호주, 유럽, 미국 등지에 퍼져있다. 단, 아프리카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피가 무조건 유해한 식물인 것은 아니다. 피는 식용이 가능하다. 자바 지역에서는 곡물이 부족할 때 피를 대신 섭취하기도 했고, 이집트에서는 염분의 농도가 높은 토양을 재생시킬 때 피를 심어서 염분을 흡수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긍정적인 용도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는 피를 일부러 재배하기도 한다.

피의 생장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직접 잡초를 제거하거나, 파종과 발아를 억제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리서치페이퍼=손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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