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류의 유골을 보면 전쟁은 거의 존재하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

지난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잔인함을 상기시키는 잔인한 전쟁이 다수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갈등을 일으키고 남을 공격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믿는다. 인간은 정말로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일까?

인간의 본성

인류 역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인간에게 갈등이나 전쟁은 타고난 부분이거나 적어도 인간 문명이 부상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진화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와 윌슨 등은 인류가 유전적으로 저주받았으며 불화를 일으키고 남을 습격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주장과는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됐다. 스티브 테일러는 자신의 저서에서 "선사시대 인류 문명이 매우 조화로웠다는 사실에 많은 고고학자와 인류학자가 동의한다. 인류의 역사에 사회 계급, 종교 종파, 영토 지배 등이 나타난 것은 겨우 6,000년 전이다"라고 말했다.

전쟁의 증거 찾고자 선사시대 유물 연구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과연 갈등을 일으키고 전쟁을 한 적이 있는지 증거를 찾기 위해 유물을 연구했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를 조사했는데, 이 벽화에서 사람들은 창처럼 보이는 무기를 들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학자가 벽화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는 집단에 꼬리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창을 둘러싼 구불구불한 물결선은 무기가 아니라 샤먼의 힘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무기를 찾아 나섰다. 무기야말로 전쟁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지표다. 그러나 무기가 없이 전쟁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연구가 결정적인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돌 방망이와 같이 무기처럼 보이는 물건도 사실은 권위의 상징이거나 너무 어설퍼서 전투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즉, 선사시대 인물들의 유골과 유물을 조사한 결과 전쟁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고대 매장지에서는 살인에 의힌 시신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나 큰 갈등이 일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이 시대 사람들은 개인적인 분쟁을 싸움으로 해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수렵 채집가와 유인원의 행동

다른 인류학 연구진이 수행한 광범위한 연구에 따르면, 수렵 채집가들은 다른 집단과 거의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기원전 3,500년, 유럽 및 중동 지역 부근에서는 갈등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지역에는 인구가 많이 밀집돼 있었는데도 폭력의 증거를 보이는 유골은 많지 않았다. 전쟁의 징후가 아니라 개인 간의 싸움으로 인한 것으로 보였다.

현대 수렵 채집가들도 영토와 자원을 정복하려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집단을 만났을 때 전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른 부족과 전쟁을 벌이는 대신 자주 만나 상호 작용을 하거나 결혼으로 협정을 맺고, 원할 때마다 동맹 관계를 바꾼다.

인간과 가장 친밀한 종족인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우리의 DNA에 갈등이 심어져 있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 상태의 침팬지와 비슷한 종족인 보노보(피그미 침팬지)는 매우 평화로운 생물이다.

침팬지가 오히려 인간의 간섭 때문에 적대적으로 변했다는 증거도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

전쟁의 조건

많은 사회학자가 농업 확산, 대규모 정착촌 건설, 인구 증가와 같은 많은 요인이 전쟁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영토의 경계를 설정하고, 가축 등의 개인 소유물이 생겨나면서 다른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게 됐고, 이에 따라 다투거나 더 나아가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의 전제 조건이 갖춰졌다고 무조건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전쟁이 시작되고 나자 전쟁은 점점 더 빈번하게 일어났다. 전쟁은 한 번 발생하면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많은 심리학자가 전쟁이 우리의 DNA에 뿌리내린 것은 아니며, 인간의 본성은 대체로 자기 자신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스스로 천성이 폭력적이고 전쟁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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