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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폭포가 '원조 브렉시트' 원인
등록일 : 2017-04-06 10:00 | 최종 승인 : 2017-04-06 10:00
정세진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수백만 년 동안 영국은 유럽의 일부였다. 도버의 백악기 절벽으로 유명해진 석회암의 높은 산등성이는 지금의 프랑스에 이르렀으며 매머드 같은 고대 동물들과 인간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약 45만년 전, 이 바위 같은 길은 상상도 할 수없는 규모의 홍수에 의해 끊어지고 말았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지질학자 필립 깁바드 박사팀은 영국을 유럽으로부터 분리시킨 급류가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다.

거대한 홍수가 해협을 형성해 영국을 유럽 대륙으로부터 분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은 지난 1985년에 처음 나왔다.

당시 영국 베드포드 대학의 지질학자 알렉 스미스 박사는 영국 해협의 해저지도에 엇갈린 형태의 커다란 침식 자국을 발견했다.

침식의 패턴은 1만5000년에서 1만8000년 전 얼음 댐을 터뜨린 빙하호의 홍수로 형성된 동부 워싱턴 주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와 비슷한 빙하가 유럽에도 존재해 왔다. 45만 년 전, 방대한 빙상이 스칸디나비아 전역에 퍼져 북유럽과 오늘날의 영국 제도에 가까이 접근했다.

사진설명-빙하기 이전 유럽 대륙과 붙어 있는 영국의 모습

얼음에 의해 흠뻑 젖은 것은 큰 빙하의 호수이었다.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호수는 북해의 남쪽 부분을 채웠을 가능성이 크다.

너무 많은 물이 빙상으로 육지에 저장됐기 때문에 해수면은 현재보다 120미터 낮아졌으며 현재 영국과 유럽을 잇는 해협의 바닥이 드러났다.

그러나 남쪽에 댐을 형성하는 석회암 산등성이와 라인강, 그리고 다른 강들이 빙하 호수로 흘러 들어감에 따라 해수면은 점점 상승했을 것이다.

스미스는 호수가 결국 산등성이 위에서 폭포처럼 흘러내렸을 것으로 보았으며, 그 증거로 그는 이전 능선의 바닥에 있는 크고 깊은 구덩이에 주목했다.

이는 폭포의 힘에 의해 형성되고 나중에 퇴적물로 채워지는 '플런지 풀'을 가리킨다. 스미스의 결론은 대홍수로 인해 수로 바닥에 침식의 흔적이 생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미스의 극적인 발상은 오랫동안 잊혀졌으며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지질학자 산지브 굽타 박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의 주장을 믿지 않았던 듯 하다"고 밝혔다.

굽타 박사팀은 영국과 벨기에, 프랑스 연구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로 바닥에 7개의 플런지 풀 모양을 제시했다. 이들은 각각 약 1km 너비에 최대 140미터 깊이의 거대한 크기를 갖고 있었다.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는 높이가 50m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알기 어렵다고 굽타 박사는 전했다.

사진설명- 영국 대륙이 분리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표현한 그림

폭포수가 끊임없이 바닥을 치면 호수 밑바닥에 있는 큰 돌 블록을 회전시켜 기반암을 뚫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능선의 지지기반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네덜란드 유트레이트 대학의 지질학자 킴 코헨 박사는 "나는 그들이 이 이론에 대해 적절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폭포가 산등성이를 침식하는 데 걸린 시간을 알 수는 없다. 이를 알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나중에 호수에 채워진 퇴적물을 깨내어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운송 경로의 복잡함과 그 강력한 흐름을 감안할 때 까다롭고 실행이 어렵다.

깁바드 박사는 "지질 연구를 직접 하기에는 위험하다"며 새로운 잠수함 이미지를 얻는 것이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미지는 이어지는 빙하기 동안 격렬한 홍수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침식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다만 오늘날의 해수면은 훨씬 높기 때문에 측정이 쉽지 않다. 연구팀은 거대한 홍수로 인해 폭이 약 10km, 깊이가 20m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진 로버그 수로를 발굴해 냈다.

홍수로 인한 재앙은 영국과 유럽을 자유롭게 드나들던 통로를 막아 버렸을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해 수로의 바닥을 덮었을 때는 산등성이를 통해 두 지역을 오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해수면이 다시 높아지면서 홍수가 찾아오자 때 영국은 처음으로 대룩과 분리됐다. 연구팀은 영국이 섬으로 굳어진 시기를 약 9000년 전으로 잡고 있다.

초창기 브렉시트는 이미 고대에 있었던 셈이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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