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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코끼리, '종자 옮기기' 신기록
등록일 : 2017-04-11 10:00 | 최종 승인 : 2017-04-11 10:00
정세진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 사는 코끼리가 가장 큰 살아있는 육상 동물이라는 타이틀 외에, 종자를 가장 멀리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코끼리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코끼리는 자신의 배설물 속에 들어 있는 각종 식물의 종자를 최대 65km 떨어진 곳까지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사바나 새가 씨앗을 퍼트리는 최대 거리의 30배로, 코끼리가 사바나에서 나무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생태학자인 그레그 애들러 박사는 "종자가 이동하는 규모를 보면, 코끼리가 아프리카 사바나 생태계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존재임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식물은 과일을 만들어 동물에게 먹이를 주며 씨앗을 새로운 위치로 옮간다. 이 방법으로 식물은 개체수를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종이 부모 식물과 생존경쟁을 해야 하거나 병원균에 감염되는 등의 일을 막을 수 있다.

큰 동물의 먹이가 된 씨앗은 새로운 서식지에 떨어지며 더 풍부한 영양을 갖게 된다. 일부 종의 경우, 동물의 소화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발아율이 유지된다. 포식자로부터 씨앗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생태학자 캐서린 번니 박사는 종자 이동에 있어 코끼리의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지금은 멸종된 거대한 초식 동물이 열매를 먹고 땅을 비옥하게 하는 것에 주목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숲에 서식하는 코끼리가 많은 양의 과일을 소비하고 씨앗을 뿌린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으나, 사바나 코끼리의 종자 이동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다.

그는 종자가 20m 길이에 이르는 코끼리 장 속에 어느 정도의 시간만큼 머무는지를 먼저 알아보았다.

일주일 동안 그는 남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4 마리의 코끼리에게 그 모양이 다른 씨앗과 구별하기 쉬운 열매인 멜론을 주었다.

하루 종일 코끼리를 따라 다닌 조수들은 배설물을 챙겨서 그것을 번니 박사에게 주었으며, 그는 그 안에 있는 멜론 씨앗을 찾아냈다.

그가 관찰한 코끼리는 33시간 안에 대부분의 종자를 배설했고, 마지막 멜론 씨앗은 96 시간 후에 밖으로 나왔다.

다음 단계는 사바나 코끼리가 일반적으로 얼마나 멀리 이동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번니 박사는 한 코끼리 보호 단체에 연락해 크루거 국립공원의 코끼리들에게 추적 장치를 달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는 38마리 코끼리에 대한 8년간의 데이터를 통해 씨앗이 다양한 거리로 이동 될 확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코끼리는 열매를 먹은 곳에서 2.5km 떨어진 장소에 종자의 절반을 옮겼으며 씨앗의 1%는 20km 이상의 거리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컷 코끼리가 무리를 찾아 이동할 경우에는 종자가 최대 65km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고 버니 박사 연구팀은 밝혔다.

20년 이상 척추동물에 의한 종자 이동을 연구해 온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 대학의 생태학자 마우로 갈레티 박사는 이에 대해 "놀라운 결과"라고 언급했다.

버니 박사는 코끼리가 물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나미비아 지역에서 씨앗이 더 멀리 여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산림 코끼리에 의한 종자 이동의 최대 거리는 약 5~ 6km에 그쳤다.

종자를 가장 멀리까지 이동시키는 동물은 일반적으로 하늘을 나는 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들은 먹은 직후 씨앗을 배설해 몸무게를 가볍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까운 지역에 종자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가볍고 끈적끈적한 씨앗이 깃털이나 다리에 붙어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그 결과 300km 거리에서 철새가 먹고 배설한 종자가 발견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바나에서는 코끼리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더 멀리 씨앗을 옮긴다. 개미는 대부분 몇 미터 단위까지 종자를 이동시키며, 비단원숭이는 약 850m, 트럼펫 홈빌이라는 이름의 아프리카 조류는 2km까지 씨앗을 옮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끼리는 이들 동물보다 소시지 나무 열매와 같은, 다른 많은 종보다 훨씬 큰 과일들을 먹을 수 있다. 1990년 짐바브웨에서 사바나 코끼리를 연구한 조셉 더들리 박사는 코끼리가 맹ㄹ 3200개의 씨앗을 소화시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종자가 동물들에 의해 더 넓은 지역으로 흩어질수록 수목종의 유전적 다양성이 유지되고 근친 교배를 방지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

이러한 동물의 역할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해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같은 환경 이슈에 대응할 수 있으며 생태계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코끼리의 개체 수가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으나, 상아 밀렵 때문에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사바나에서 코끼리가 사라지고 씨앗이 더 이상 분산되지 않는다면 나무의 종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은 숲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버니 박사는 현재 아프리카의 상징적인 나무인 바오밥과 마룰라를 포함한 다양한 사바나 나무들이 코끼리에 종자 이동을 의존하는 정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바이오트로피카(Biotropica)'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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