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이동 시기보다 약 2000년 앞서

페루에서 북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곳에 있는 후아카 프리에타라고 불리는 흙 피라미드는 약 7800년 전의 원주민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 테네시주 밴더빌트 대학의 고고학자 톰 딜리헤이 박사팀은 최근 30m 높이의 피라미드 아래에서 약 1만5000년 전의 원주민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와 동물의 뼈, 식물 등을 발굴해 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후아카 프리에타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고고학 유적지 중 하나로, 이 지역에 최초로 이주해 온 사람들은 해안가를 따라 서서히 이동하며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리헤이 박사팀은 처음에 둔덕 자체를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그 아래 지형을 연구하기 위해 발굴을 계속했고, 5년에 걸쳐 지하 31m에 이르렀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인간이 각종 도구를 이용하며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불을 피운 자리와 동물의 뼈, 간단한 석기 등을 발견했다.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물품들은 약 1만5000년 전의 것으로, 초기 인류가 만들어 사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발견을 두고 일부 학자들은 후아카 프리에타가 1만4000년이 넘은 고대 문명의 유적지일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의 학설에 따르면 미 원주민들은 약 1만3000년 전 빙하기에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와 캐나다를 거쳐 미 대륙 내에 자리 잡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칠레의 몬테 베르데 같은 유적지 발굴을 통해 빙하로 육로가 생기기 훨씬 전인 1만4500년 전 무렵부터 사람들이 미 대륙 깊숙이 이미 정착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 가설이 맞다면 아시아인들은 태평양 해안을 따라 미주 지역으로 이주했을 가능성이 높으나 아직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딜리헤이 박사는 말한다.

그러나 후아카 프리에타의 유적은 고대인들이 해안가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초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아보카도, 칠리 고추, 연체동물, 상어, 새 및 강치 등을 먹으며 고대 습지대의 임시 거처에서 지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해안 지역임에도 물고기를 잡기 위한 낚시줄이나 그물, 혹은 작살 같은 도구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딜리헤이 박사는 폭풍 해일로 해수면이 깊은 내륙까지 밀려들면서 해양 생물들이 함께 이동했을 것이기 때문에 낚시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 고고학자인 로렌 데이비스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유물은 당시 사람들이 사실상 정착 생활을 했음을 암시한다"고 언급했다.

후아카 프리에타에 살던 원시인들은 매우 간단한 석기로 모든 작업을 처리했다. 복잡한 창 대신 그들은 둥글고 납작한 돌 조각을 조개 껍질을 벌리는 것부터 식물을 자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이용했다.

이들이 사용한 것과 유사한 석기는 바자 캘리포니아의 세드로스 섬에서 1만2000년 전에 살았던 인류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더 많은 지역에서 비슷한 도구가 발견된다면 당시 사람들이 해안을 따라 이동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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