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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인간을 '집사'로 길들이기까지
고대 이집트 문명이 고양이 진화의 시발점
등록일 : 2017-06-22 12:20 | 최종 승인 : 2017-06-22 12:20
정세진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개와 함께 오랫동안 인간과 공존해온 고양이는 오늘날 40여 품종으로 분화돼 인간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양이는 특히 사람의 말에 고분고분 복종하는 개와는 달리 야성이 남아 있으며 도도한 태도는 색다른 매력으로 인간을 사로잡아 '주인'이 아닌 '집사'를 거느린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인간이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950년경 발견됐다. 당시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250km 떨어진 석회암 무덤에서 발견된 그림이 바로 고양이 모습이었던 것.

그림 속 동물은 긴 앞다리에 곧은 꼬리와 삼각형 머리를 갖고 있으며, 가까이 다가오는 들쥐를 내려다보고 있어 한눈에 고양이임을 알아볼 수 있다.

이후 수 세기에 걸쳐 고양이는 이집트 회화와 조각의 인기 모델로 자리 잡았다. 또 쥐를 잡는다는 실용적 목적에서 인간의 반려이자 신으로까지 추대 받고, 죽은 후에는 왕족들처럼 미이라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최근까지 역사학자들은 최초로 고양이를 길들인 이들은 이집트인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04년 지중해 키프로스 섬에서 인간과 함께 묻힌 9500년 전의 고양이가 발견됐다. 고양이가 인간과 살아온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됐음이 밝혀졌다.

고양이 품종을 다양화시킨 주체는 이집트인

200개가 넘는 고대 고양이 미라와 뼈 화석을 유전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다양해진 고양이 품종의 원류는 이집트임이 거의 확실하다. 고양이를 최초로 길들인 이들 또한 이집트 사람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교의 고대 이집트 동물 및 고양이 미라 전문가 살리마 이크라맘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은 고대 이집트인에 의한 품종 개량의 결과"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는 이집트 남부의 나일강 서쪽 기슭에 있는 고대 묘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8년 브뤼셀 왕립 벨기에 자연과학 연구소의 고생물학자인 윔 반 니어 박사는 거의 6000년간 사람들이 돌봐 온 것으로 보이는 6마리의 고양이(수컷, 암컷, 4마리의 새끼) 유골을 발견했다.

이들은 키프로스에서 발견된 고양이보다 더 후대의 것이지만 반 니어 박사는 선사시대 이집트인들이 독자적으로 오늘날의 고양이를 길들였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기원전 약 7000년에서 19세기에 걸쳐 아프리카, 유럽 및 중동 지역의 수많은 고양이 표본(뼈, 치아 및 미라)을 수집했다. 그리고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 유적을 조사한 20명 이상의 연구원들과 팀을 구성했다.

앞서 2007년에 일부 학자들은 현대 고양이의 DNA를 분석, 살아있는 모든 지구상의 고양이가 이른바 '고등어'로 불리는 줄무늬를 가진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분화했음을 증명한 바 있다.

이 연구에 유전 분석을 수행한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클라우디오 오토니 박사는 "우리는 이 자료들을 근거로 고대 고양이가 진화한 시점과 이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지 알아냈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의 고양이는 모두 같은 리비아 고양이의 미토콘드리아 A 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유전 신호는 적어도 9000년 전 지금의 터키에서 나타났다.

고고학자들은 이 야생 고양이가 약 1만 년 전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키프로스에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초기 해안 마을에 살면서 설치류를 사냥했고, 이 지역에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약 6500년 전까지 이 유형 A 고양이는 남동부 유럽에 출현하기 시작했으며 이주한 농부들을 따라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 후 고양이는 유럽과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나머지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고양이 역사의 절반만을 말해 줄 뿐이라고 일부 학자들은 말한다.

이집트 고양이 미이라의 대부분은 다른 리비아 고양이 타입인 C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기원전 800년 경에 처음으로 유골 샘플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이는 C형 고양이가 훨씬 일찍부터 이집트에 살았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이 유전자 기호를 가진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품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과 지중해 지역을 걸쳐 서기 1000년경까지 이들은 서부 터키 등에서 A형 고양이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숫자를 자랑한다.

이들 고양이를 개량한 주체는 바로 이집트인이라고 2007년 연구를 주도한 데라 둔 인도 야생 동물 연구소 보전 유전학자인 카를로스 드리스콜 박사는 보고 있다.

그는 "이집트인들은 야생 고양이의 서식처에서 최초로 자리잡은 문명인이었으며, 그들의 능력은 고양이 개량과 번식으로까지 확장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드리스콜 박사는 이집트인들이 점점 더 많은 새끼들을 번식시키면서 부모들보다 친화력이 좋고, 좁은 지역에서도 쉽게 먹이를 찾아내는 종류를 선택해 길러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간과 함께하며 변화된 고양이의 위상

이집트 예술작품을 보면 인간과 공존하게 된 고양이의 위상이 조금씩 변화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초기의 고양이 묘사는 석회암 무덤에서 쥐를 잡는 '일꾼'의 형상이다.

그러나 수세기에 걸쳐 고양이는 미술품 등에 더 자주 등장하게 됐으며 사람들과 함께 새를 사냥하고, 목걸이를 착용하며 기원전 1500년경에는 저녁 식사 테이블 의자 밑에 앉기 시작했다.

파리의 자크 모노드 연구소의 분자 생물학자 티에리 그랜지 박사와 진화 유전학자인 에바 마리아-게일 박사는 "고양이는 쥐 사냥꾼에서 소파 위를 뒹구는 반려동물로 위상이 변화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유형 C 고양이가 어디에서 온 존재인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이집트의 야생 고양이는 C 고양이의 유전적 특성 일부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터키의 유형 A 고양이가 이집트로가서 C 고양이와 교미했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고대 이집트인이 그 지역에 서식하고 있던 유형 C 야생 고양이로부터 독자적으로 고양이를 길들였을 수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크람 박사는 개와 돼지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도 한 번 이상 길들여질 수 있으므로 중동에서 이집트로 옮겨간 이중 가축이라는 것이 진화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드리스콜 박사는 이집트에 있는 많은 식물과 동물이 원래는 터키와 나머지 근동 지역에서 유래했다는 견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어느 쪽이든, A 형과 C 형 고양이는 유럽 문명이 발달하면서 서로 교배를 거듭해 왔고,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고양이는 터키 고양이와 이집트 고양이가 혼합된 존재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들은 외모 면에서 또 다른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수천 년 동안 야생 고양이 조상들이 갖고 있던 줄무늬 외투 무늬가 얼룩덜룩한 무늬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리스콜 박사는 고양이의 무늬 변화에 대해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이들에게 더 좋은 생존 방법이었다"며 "고양이의 외모가 변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추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반 니어 박사는 이집트인들이 독자적으로 고양이를 길들였는지 여부를 알아내려 하고 있다. 그는 현재 고대 고양이 미이라와 DNA를 수집, 인간의 가장 신비로운 친구의 누락된 역사를 채우려 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자연 환경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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