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양손잡이, 오른손잡이. 사람마다 주로 사용하는 손이 다르다. 우리는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을 두고 '왼손잡이'라는 단어로, 오른손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오른손잡이'라는 단어로, 양손을 모두 잘 쓰는 사람은 '양손잡이'라는 단어로 분류하고, 또 그렇게 부른다. 이러한 표현은 영어에도 있다. 'right-handed', 'left-handed', 'both-handed', 'ambidextrous'와 같은 표현들이다. 앞서 언급한 모든 표현에는 '손'이라는 의미가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ambidextrous'에서 어근 '-dex-'는 손이라는 뜻이다.). 마치 손을 가진 자만이 왼쪽이나 오른쪽, 또는 양쪽을 선호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 2일 학술지 'PLOS ONE'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꿀벌도 선호하는 방향이 있다. 꿀벌도 '오른날개잡이' 또는 '왼날개잡이'가 있다는 것!

호주 퀸즐랜드대학 퀸즐랜드뇌연구소는 꿀벌이 비행 중 장애물을 피할 때 오른쪽과 왼쪽 중 어느 방향을 선호하는지 알아보고자 간단한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진은 기다란 직육면체 터널(길이 120cm, 폭 22cm, 높이 22cm)을 만든 후, 장애물로 쓸 플라스틱 벽의 왼쪽과 오른쪽에 길쭉하게 구멍을 뚫은 다음, 이 투명한 벽을 터널 중간쯤에 설치했다. 터널 끝에는 간식 그릇을 두어 꿀벌들이 벽을 통과해 끝까지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연구진은 간식 그릇 위치가 변인으로 작용해 잘못된 결과가 도출되지 않도록, 간식 그릇 앞에 17cm의 가림막도 설치했다. 끝으로 연구진은 꿀벌 121마리의 흉부 또는 복부에 아크릴 페인트나 에나멜 페인트를 발라 각 꿀벌을 구별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꿀벌을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터널에 풀어준 후, 어느 쪽 구멍을 통과하는지 관찰했다. 꿀벌들은 구멍을 들어갈 때 한 번, 나올 때 한 번, 총 두 번을 통과했다.

실험 결과, 꿀벌 중 약 55%는 특정 방향을 선호하지 않았다. 들어오고 나갈 때 오른쪽과 왼쪽 중 아무 쪽이나 선택했다. 하지만 약 22.5%는 왼쪽을, 나머지 22.5%는 오른쪽을 선호했다. 물론 좌우 구멍의 크기는 5m씩으로 똑같았다.

물론 구멍의 크기가 달랐을 때는 방향 선호도가 달라졌다. 꿀벌들은 본능적으로 좁은 구멍보다 넓은 구멍을 선택했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통과하기에는 넓은 쪽이 낫다는 것을 꿀벌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굳이 좁은 구멍을 선택하는 꿀벌도 있었다. 이러한 꿀벌들은 어느 쪽으로 통과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시간을 좀 더 많이 쏟았다.

◇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기를!

동양이든 서양이든 예전에는 왼손잡이를 나쁘다고 생각했고, 양손잡이를 희한하게 쳐다봤다. 그러나 '너와 나의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은 그저 '편한 손이 왼손인가 보네', '양손잡이였구나' 정도로 생각한다. 물론 왼손잡이거나 양손잡이인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을 신기하게 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릴 수 있다. 전세계 인구의 1/10 정도인 왼손잡이를 절대다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볼 수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앞서 꿀벌의 연구를 보면,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에 대한 논의는 '특정 방향에 대한 선호도'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다수 학설에 의하면 왼손잡이/오른손잡이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우뇌/좌뇌 발달 정도라고 한다(예컨대 우뇌가 좀 더 발달하면 왼손잡이라는 것.). 하지만 꿀벌도 왼쪽과 오른쪽 중 아무 쪽이나 자기 편할 대로 선택하는데, 인간도 그저 자기한테 편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왼손잡이도 양손잡이도 오른손잡이도 취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더 견고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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