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소리가 있다.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잔소리도 물론 듣기 싫지만, 그런 것 말고! 음악 중에서 찾자면 불협화음도 듣기 싫을 것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아놀드 쇤베르크의 곡은 송구스럽게도 몇 번을 들어도 불편했다. 그런 것을 보면 인간은 협화음을 좋아하도록 진화하거나, 설계된 것 같다.

하지만 작년 7월 '네이처'에 발표된 미 매사추세츠공대(이하 MIT)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협화음을 좋아하는 것은 선천성이 아닌 '문화적 요소' 때문일 수 있다. 협화음이 주를 이루는 음악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MIT와 브랜다이스대학은 볼리비아 아마존강 유역에 사는 치마네(Tsimane) 부족민 100여 명을 연구했다. 전기나 수돗물조차 공급받지 않을 만큼 치마네 부족은 지금도 문명과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치마네 부족은 서구 음악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것이다.

연구진은 치마네 부족민과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치마네 부족 마을과 가까운 산보르하 거주민과 수도 라파스에 살고 있는 시민들도 함께 연구대상에 포함시켰다. 산보르하 주민과 라파스 시민은 스페인어를 쓰며, TV와 라디오 등을 사용한다. 즉, 협화음을 자주 들으며 살았을 수 있는 것이다.

서구 문화에도 세부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연구진은 미국인 음악가(최소 2년 이상 악기 연주)와 비음악가(1년 미만)도 연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후 연구진은 이 다섯 집단에게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직접 평가하게 했다. 물론 협화음과 불협화음은 누구나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협화음은 C+G 등으로, 불협화음은 C+F# 등으로 구성됐다.

연구 결과는? 앞서 살짝 암시한 것처럼 치마네 부족민은 협화음만큼이나 불협화음도 좋아했다.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똑같이 본 것이다.

반면 산보르하 주민 집단과 라파스 시민 집단은 불협화음보다 협화음을 훨씬 더 선호했다. 물론 협화음에 대한 선호도는 미국인이 제일 높았다. 특히 미국인 음악가 집단은 비음악가 집단보다 협화음 선호도가 높았다.

이 연구를 수행한 MIT 뇌인지과학과 조시 맥더모트 박사는 "불협화음이 아닌 협화음을 좋아하는 것은 서구 음악 문화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는 선천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치마네 부족은 웃음, 숨소리 등의 비음악적 소리에 대해서는 다른 집단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음질이 좋지 않은 음악에 대해서도 다른 집단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불협화음만 유독 긍정적으로 평가한 치마네 부족민의 성향은 유효해 보인다.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 유전(선천성)과 환경(후천성)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협화음/불협화음 선호 역시 본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마존 원주민이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동일하게 평가했다는 사실은 문명의 음악이 음에 대한 선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서구 문명의 음악은 전세계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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