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쥐라고 다 같은 쥐가 아니다. '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는 바로 미국의 뉴욕시. 해마다 늘어나는 쥐 때문에 올해 뉴욕시장은 무려 3,200만 달러를 쏟아붓겠다며 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와중에 한 대학원생이 뉴욕 맨해튼의 업타운에 사는 쥐와 다운타운에 사는 쥐가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뉴욕 포드햄대학교(Fordham University)에 재학 중인 매튜 콤브는 맨해튼에 서식하는 쥐들의 DNA를 비교 분석한 결과 부유한 상류층 동네인 업타운의 쥐와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다운타운의 쥐의 유전자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마디로 부자 동네 쥐와 가난한 동네 쥐가 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쥐가 우리 발밑에 살고 다양한 질병을 옮기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온 것. 'WXXI' 보도에 따르면, 콤브와 다른 연구자들이 뉴욕시를 돌면서 연구에 쓸 쥐를 잡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유전자 혼합의 장벽인 미드타운

콤브는 200마리가 넘는 쥐의 꼬리 부분을 1인치씩 잘라 DNA를 추출했다. 쥐 꼬리의 DNA를 분석한 연구팀은 업타운 쥐와 다운타운 쥐의 유전학적 변화가 상이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뉴욕, 그중에서도 특히 맨해튼은 쥐가 많기로 유명하다. 오래된 지하철 터널 틈새, 어디에나 널린 음식 쓰레기 등이 쥐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콤브는 쥐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쥐 지도'도 만들었는데 집 주변에 쥐가 잘 다니는 곳을 친절히 안내한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 어떤 이들은 흔쾌히 뒷마당을 열어주며 콤브와 연구자들이 쥐덫을 설치하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쥐 지도 사용 외에도 콤브는 쥐 배설물, 먹다 남긴 쓰레기, 이빨로 갉은 흔적 등을 추적해 쥐를 찾아다녔다.

유전자 연구 결과, 콤브는 맨해튼 59번가에 사는 업타운 쥐가 14번가에 사는 다운타운 쥐와 유전적으로 구별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드타운에는 쥐가 거의 없어서 이 지역은 업타운과 다운타운 쥐의 유전자 혼합에 일종의 장벽 역할을 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는 쥐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물이나 그 찌꺼기를 구하기 쉽고, 건물이나 지하 등 숨을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쥐도 그만큼 번식을 많이 해 개체수가 급격히 늘곤 한다. 그런데 맨해튼의 미드타운에는 주거지역이 드문 편이다. '픽스11'(Pix11)은 주택가가 없다는 건 쥐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쓰레기가 없고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적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콤브는 맨해튼이 빌딩 숲이라 할 정도로 사무실로 가득 차 있고 사람 사는 곳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이 안 사는 곳엔 쥐가 먹을 음식이 없어서 쥐도 이 동네엔 안 산다는 얘기다.

콤브의 연구에 따르면 쥐들도 주로 생활하는 영역이 있고 보통 그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약 200~400m 반경에 군체(colony)를 이루며 살아간다. '매셔블'(Mashable)은 쥐들이 태어난 곳에서 기껏해야 약 656피트 떨어진 곳에서 생활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체의 5% 정도는 군락을 뒤로하고 최대 2,000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생활하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렇게 멀리 이동하는 쥐가 가장 문제다. 병원균도 덩달아 옮기면서 질병 확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쥐는 E 콜라이, 살모넬라, 한타 바이러스 등 각종 질병을 퍼트리는 매개체이며 희귀 박테리아를 퍼뜨리고 다니기도 한다.

▲ 출처 = 셔터스톡

커뮤니티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뉴욕시는 쥐가 많이 나오는 건물의 건물주에 벌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쥐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콤브는 쥐 퇴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커뮤니티 차원에서 처리돼야 할 문제라고 역설하며, 그의 연구가 뉴욕시에서 설치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콤브는 이 연구 결과가 더 나은 쥐 대응 전략을 알리고 쥐 개체수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분자생태학'(Molecular Ecology) 저널에 실린 이 연구는 뉴욕시는 물론이고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의 쥐 퇴치에 중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콤브는 이번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미국, 캐나다, 브라질의 다른 도시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와 비교할 계획이다.

콤브는 쥐가 사람들의 행동패턴에 따라 그들의 행동패턴을 바꾼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쥐가 그만큼 영리하고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뜻. 뉴욕이 영국과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시절, 설치류는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맨해튼에 도착했다. 맨해튼 쥐는 영국의 설치류와 유전적으로 비슷하며 아마도 그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크다.

뉴욕시의 쥐 잡기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쥐가 가장 들끊는 뉴욕시 3개 지역에서 오는 2020년까지 쥐 개체수를 최대 70% 줄이겠다며 3,200만 달러의 예산투입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쥐떼와의 전쟁을 치르는 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겠다는 소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설치류 전문가이자 뉴욕시에 자문을 해주는 로버트 코리건 박사는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뉴욕 뿐 아니라 미국 다른 도시들도 쥐의 급격한 번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데일리메일'(Daily Mail)에 따르면 최근 마이애미의 한 건물(946 SW Fourth Street)에서 여섯 명의 아이가 쥐에 물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쥐에 공격당한 아이들은 치료를 위해 잭슨메모리얼병원으로 이송됐고, 시 당국은 이 건물에 거주하는 15명의 미성년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소아과 의사들을 급파했다. 'Unision23' 보도에 따르면 아이들 가운데 일부가 기생충으로 인해 생기는 피부질환인 옴(mange) 진단을 받았다. 이렇듯 쥐는 다양한 질병을 옮길 수 있어 더더욱 주의와 퇴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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