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팩셀스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유사한 식별 행동이 많다. 동물들도 자기 가족이나 친구를 알아보는 사회적 식별 행동을 한다. 또한 꿀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착시를 일으킨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물론 동물이 같은 생태계에 속한 다른 동물을 모두 알아보는 것은 아니며, 같은 종의 같은 무리에 속한 개체만 알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네소타에 사는 사업가가 똑 같은 사업가라 해도 말레이시아에 사는 사업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미네소타에 사는 얼룩이리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얼룩이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처럼 식별 행동에 따른 결과는 같지만 사람과 동물은 식별 과정 자체가 매우 다르다.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대부분의 동물들은 시각이나 후각으로 서로를 알아보며 그 다음으로 상대가 의도적으로 소리를 냈을 때 청각을 통해 식별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사람처럼 시각을 통해 세부적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후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물들이 서로를 식별하는 이유는 사람과 다르다. 사람은 고대부터 사회적 공존이라는 원대하면서도 필수적인 실험을 거듭해 가능한 한 개인의 침범할 수 없는 권리를 지키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을 가축동물로 길들인 것처럼 인간 자체도 길들여온 것이다.

이러한 길들이기의 결과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그 중 하나가 같은 종의 개체를 식별하는 능력이다. 연구팀은 동물들이 서로를 식별하는 것은 친구와 가족을 적과 사냥감으로부터 구별한다는 매우 원초적 이유 때문이며, 같은 종이지만 인근에 서식하는 다른 무리의 일원을 식별하는 것은 지리적 표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산 등과 같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익숙한 개체가 곁에 있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팩셀스

반면 사람은 상대를 시각적으로 인지함과 동시에 식별을 위한 기억을 불러낸다. 식별을 위해 시각 외에 다른 감각은 필요치 않으며, 사람이 서로를 식별하는 이유는 동물과 전혀 다르다. 사람과 같이 길들여진 동물은 사회적 이유로 서로를 식별한다. 상대가 누구인지 식별하고 그 정보에 맞춰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 위협과 안전을 구분하기 위해 식별 능력을 사용하는 일은 동물보다 훨씬 드물다. 사람에게도 식별 능력은 필수적이지만, 동물과는 그 이유가 사뭇 다른 것이다.

사람은 또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도 알아본다. 수백만 명의 사람이 수백 명의 유명인사를 동시에 알아볼 수 있으며 경찰은 스냅샷만 보고도 용의자를 추려낼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꿀벌과 같은 일부 동물의 시각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이유를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호주 로얄멜버른공과대학 연구팀은 뮐러-라이어 착시(Müller-Lyer illusion)나 에빙하우스 착시(Ebbinghaus illusion)와 같이 사람이 흔히 겪는 착시 현상에 꿀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했다. 뮐러-라이어 착시는 똑같은 길이의 두 수직선 끝에 달린 화살표의 방향에 따라 수직선의 길이가 달라 보이는 현상이며, 에빙하우스 착시는 동일한 크기의 원이라도 주변을 둘러싼 다른 원의 크기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현상이다.

이러한 착시는 사람과 같이 시각 정보를 해석적으로 받아들이는 동물에게 일어난다. 사람의 눈이 데이터를 받아들이면 데이터에 뇌로 전달되면서 필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동물들이 착시를 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한 결과, 그이유는 동물들이 이러한 착시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착시를 해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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