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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새겨진 두개골…고고학계의 새로운 발견
수렵-채집 시절부터 복잡한 사회 형성 가능성 제기
등록일 : 2017-06-29 22:21 | 최종 승인 : 2017-06-29 22:21
정세진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최근 터키 남동부에있는 1만2000년 된 돌 사원에서 두개골에 긴 직선 모양의 조각을 새긴 인간의 뼈가 발견돼 고고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워싱턴 위트만 칼리지의 고고학자 게리 롤프슨 박사는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며 두개골 장식의 첫 번째 예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두개골 조각의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고대 종교 관습의 일부였을지 모른다고 언급했으며, 죄인을 처형한 후 의식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골이 발견된 지역은 쾨베클리 테프라고 알려진 유적으로 시리아와의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긴 T자형 기둥 형태의 돌로 둘러싸인 여러 개의 공간에 많은 부조가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건물의 구조는 농경이 도입되기도 전 시대의 것으로는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한때 고고학자들은 종교나 집단생활이 농업으로 잉여식량이 보장된 후에 생겨난 것으로 여겼으나, 쾨베클리 테프 유적은 이 같은 가정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지역에서 사냥과 채집을 하던 고대 인류는 식량을 모으는 이들에게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음식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사회가 구성됐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추측이다.

1990년대 중반에 쾨베클리 테프 발굴 작업이 시작됐을 때, 학자들은 이곳에서 매장된 인간이의 유해를 발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들이 찾아낸 것은 수만 마리의 동물 뼈였다.

현장에서는 돌과 자갈이 흩어져 있는 가운데 약 700개의 인간 뼈 조각이 함께 발견됐다. 그러나 독일 고고학 연구소의 인류학자 줄리아 그레스키 박사는 "이 뼈들은 유적 전체와 주변 지역에 분포돼 있어 온전한 한 사람의 뼈를 모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분석된 인간의 뼈 조각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두개골이었다. 그레스키 박사팀은 세 개의 큰 두개골 조각을 분석했는데 두개골에 자국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시신에서 뼈만 남긴 후 날카로운 물건으로 조각을 새겼다는 의미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두개골들 중 하나에는 구멍이 뚫려 있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그레스키 박사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모양을 새겨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굴 현장에서는 돌로 만든 석상들도 몇 점 발견됐는데 어떤 것들은 머리가 없거나 혹은 눌려 있는 형태였다. 이중에서 '익명의 선물'이라고 불리는 동상은 사람의 머리를 손에 든 이가 무릎을 꿇고 있는 형태로 추정된다.

두개골에 문양을 새겨 넣거나 장식한 모습은 고대 인류의 유적에서 종종 발견되지만, 지금의 터키와 아나톨리아 지역에서는 이번이 처음 발견되는 것이다.

쾨벨클리 테프가 세워졌을 시기 이스라엘과 요르단 남쪽 지방에서는 해골을 머리에서 제거한 후 특수한 무덤이나 선반에 두었으며, 일부는 석고 등으로 장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쾨베클리 테프 유적에서 발견된 것처럼 두개골에 무늬를 새기거나 구멍을 뚫은 예는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다고 롤프슨 박사는 밝혔다.

쾨베클리 테프의 많은 조각 작품과 석상 등은 조류나 육식동물 및 곤충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으며 예술성 또한 뛰어나지만 두개골에 조각을 하는 작업은 보다 까다로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레스키 박사는 "두개골의 무늬는 복잡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았다"며 "문양을 새기는 것 이외 다른 표식을 하거나 장식적인 요소를 가미하거나, 어딘가 매달아 놓았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발견된 수십 개의 두개골 조각들에는 사람을 상처 입히거나 살해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원래의 주인이 다른 이유로 이미 사망한 후에 두개골들이 조각에 쓰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레스키 박사는 두개골들이 조상 숭배의식의 일부로 사용되거나 사망한 적의 유골을 자랑하는 트로피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고고학 연구소의 교환 교수인 미셸 보노포스키 박사는 논문 저자들이 발견된 내용에 대해 "너무 앞서간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개골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표식은 분명 의도적으로 새겨진 것으로 보였으나 어떤 목적인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고고학자들은 발굴 장소에서 더 많은 두개골 파편을 발견함으로써 무늬를 새겨 넣은 것이 어떤 의도에 의한 것인지 더 잘 알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레스키 박사는 "우리는 더 많은 샘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쾨베클리 테프의 두개골들이 고대 인류의 삶에 대한 기존의 가정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게 학자들의 의견이다.

[리서치페이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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