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플리커

최근 미국 마이애미 잭슨 메모리얼 병원에 응급 환자가 실려 왔다. 고령의 남성 환자로 혈중 알코올 수치가 상당히 높았으며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심폐소생을 시도하려던 의료진은 그의 가슴에 'Do Not Resuscitate'라고 새겨진 문신을 발견했다. 남성은 문신으로 심폐소생거부(DNR: Do Not Resuscitate)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당시 의료진은 최악의 윤리적 딜레마에 빠졌다.

의료진은 심폐소생거부 확인서를 발견할 수도 없었고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의사를 물을 수도 없어, 환자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문신에 적혀진 지시를 따르지 않으려 했다. 대신 의료진은 환자에게 항생제 등 심폐소생술 외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하며 병원 윤리팀에 자문을 구했다.

병원 측에서는 결국 문신에 적힌대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지 않았고 환자는 사망했다. 환자의 집에서 플로리다주 보건부가 발행한 심폐소생거부 확인서를 발견한 것은 환자가 사망한 뒤였다.

미국에서 심폐소생거부와 관련된 법률은 상당히 복잡하며 주마다 다르다. 다만 의료인은 윤리적으로, 법적으로 생명 유지를 위한 치료를 실시할 지 여부에 대해 환자의 의견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는 대략적인 원칙만 정해져 있다. 심폐소생을 확실히 거부하는 사람은 대개 심폐소생거부 확인서를 소지하고 다니지만, 가슴에 문신으로 새겨놓은 경우 의료인이 이를 따라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지, 또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는지는 모호하다.

▲출처=플리커

가슴에 DNR이라는 문신을 새겨 놓은 환자가 있다면 이는 분명 심폐소생을 거부하는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만에 하나 그저 다른 표현의 이니셜일 수도 있으며 간혹 장난 삼아 이런 문신을 새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의료인은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만큼 매우 중대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후 마이애미대학 연구팀이 문신을 새긴 환자와 관련한 의료윤리 딜레마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이 남성의 경우 문신이 그의 진의를 표현한 것으로 판단돼 공식적인 의사 표현으로 간주했다. 법 체계가 환자 중심의 케어와 환자에게 최선이 되는 결정을 지원할 만큼 신속하게 변화하지 못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문신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환자가 실제 발생한 만큼 현재 심폐소생거부와 관련한 법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지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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