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고수 향을 못 견디는 이유가 냄새수용체인 OR6A2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단일염기다형성(SNP)으로 이 유전자가 있는 사람에게 고수는 비누와 같은 맛이 난다.

팀 하니 전 베링거와인(Beringer Wine Estates) 국제개발 담당자는 유전자 때문에 어떤 사람은 고수에서 매우 쓰고 금속 같은 맛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맛에 극도로 민감한 이유는 단일염기다형성 때문이라는 플로리다대학 린다 바토슈크 박사의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하니는 쓴 맛을 예로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음식의 맛을 보기도 전에 소금을 잔뜩 친다. 소금이 쓴 맛을 가려주기 때문인데, 보통 사람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쓴 맛이 느껴지는 사람들은 소금을 많이 치는 경향이 있다.

하니는 고수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은 맛 좋은 음식점을 잘 알고 있는 반면 고수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그저 상대의 입맛이 까다롭다고만 여기기 쉽다. 심지어 고수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예전에는 본인도 고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좋아한다며, 먹다보면 좋아질 것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주장이다.

고수를 싫어하는 것은 어린이 입맛이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 주부들 사이에서 프랑스 요리 열풍을 주도하며 미국 요리계의 대모로 알려진 줄리아 차일드도 음식에서 고수를 골라내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총 인구의 4~15%가 고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과학채널 '사이쇼'(Scishow)의 호스트 행크 그린은 여러 연구를 통해 고수와 비누에 모두 들어있는 알데히드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냄새수용체가 파악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중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은 1,4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고수 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테스트했다. 참가자 중 중동 사람은 3%만이 고수 향을 싫어했지만 동아시아 사람은 21%나 고수 향을 싫어했다.

유전자분석 업체인 23앤미(23andMe)는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고수 향을 싫어하는 것과 냄새를 감지하는 유전자 그룹의 바로 옆에 위치한 부분이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수 향을 해석하는 세 개의 유전자가 파악됐다.

하지만 23앤미의 연구를 이끈 니콜라스 에릭슨은 고수 유전자의 영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전적 원인은 고수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23앤미의 연구진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고수 향을 싫어하는 사람의 10%만이 고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고수 유전자를 가진 10%도 고수를 좋아하게 될 수 있다고 에릭슨은 설명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신경과학자인 제이 고트프리드 박사도 처음에는 고수의 향과 맛을 못 견디다가도 계속 고수를 접하면 뇌가 냄새를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방식이 수정돼 고수를 좋아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셔터스톡

고수는 중세 시대 유럽에서 매우 널리 쓰이던 약초였는데, 17세기에 접어들면서 대중의 기호에서 멀어졌다. 프랑스와 영국의 농업 서적에서는 고수가 뭉개진 곤충이나 빈대와 같다고 묘사돼 있다. 인류학자 헬렌 리치는 17세기부터 요리사들이 중세의 맛과 음식에 거리를 둠으로써 고수가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고수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체내 독성 물질을 제거해주며 매우 훌륭한 항산화제다. 또한 각종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오랫동안 약용과 식용으로 사용됐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선미 기자]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