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피부 표면에 기생하는 특정 종의 박테리아가 피부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박테리아는 자외선에 과다 노출돼 생성된 종양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모든 사람의 피부에 이 박테리아가 있는 것은 아니며 총 인구의 약 20%만이 이 박테리아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으로, 인체에서는 어떠한 효과가 나타날지 아직 알 수 없다. 동물 실험 결과가 인체 실험 결과와 항상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을 응용하면 사람 피부의 미생물군집에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피부암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박테리아는 표피포도상 구균(Staphylococcus epidermidis)라 불리며, 암 세포 억제 기능이 있는 단일물질인 6-HAP(6-N-hydroxyaminopurine)를 생성한다. 6-HAP는 숙주에 아무런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종양 세포의 정상적 DNA 복제를 억제한다. 6-HAP는 DNA와 기본구조가 비슷해, 연구진은 6-HAP가 DNA 합성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표피포도상 구균을 혈액에 직접 주입하면 흑색종의 성장을 50% 이상 억제해 피부암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표피포도상 구균이 특정 종류의 암 세포를 파괴하는 한편 정상 세포에는 독성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6-HAP의 효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빠르게 증식하는 암 종양 세포에 노출된 쥐에게 2주 동안 48시간마다 정맥 주사로 6-HAP를 투여했다. 테스트 결과 6-HAP를 투여한 쥐들의 종양 크기가 투여하지 않은 쥐들의 종양 크기보다 50% 작아졌으며, 독성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표피포도상 구균에 의한 암 예방 기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체에 위해를 가하는 박테리아도 있지만 소화를 돕고 식욕을 돋우고 질병을 예방하고 기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박테리아도 있다. 좋은 박테리아가 적절한 개체 수로 존재하면 병원균을 몰아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성 장염(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 환자 치료에 대변이식 방법을 쓴다.

이처럼 박테리아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확한 지식이 파악되면 적은 양의 항생제로 좋은 박테리아의 증식을 부추겨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박테리아는 변이 가능성이 높고 항생제에 내성을 키우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피부암 진단을 받는다. 또한 박테리아를 이용해 습진 등 여타 피부병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다수 진행 중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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