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미국에서 4월 20일은 평소보다 안전운전에 신경 써야 하는 날이 될 것 같다. 이날은 바로 대마초를 피우며 축하를 벌이는 비공식적인 축제일인 동시에 환각 상태의 운전자들로 인해 교통사고 발생률이 증가하기 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존 스테이플스 박사와 토론토 대학의 도널드 레델마이어 박사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졌다.

교통사고 통계

연구진은 美 고속도로 교통안전국이 발표한 4월 20일 오후 4시 20분을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급증한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美 고속도로 교통안전국의 사망자 자료 중 1992년부터 2016년까지의 25년간의 기록을 통해 이뤄졌으며, 미국내과의사회학술지에 게재됐다.

스테이플스와 레델마이어는 1992년은 4월 20일의 교통사고 증가를 문화적 현상으로 규명한 이듬해였다면서 연구 시작점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는 4월 20일의 현상을 슈퍼볼 선데이에 미식축구 경기를 보며 술을 마신 뒤, 귀갓길에 음주운전을 하는 것에 빗대어 표현했다.

연구 범위였던 25년간의 기간 동안, 오후 4시 20분에서 11시 59분 사이에 일어난 교통사고 사상자는 총 1,369명이었다. 축제 행사는 매년 오후 4시 20분경 시작했으며, 교통사고 발생 후 30일 이내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들을 연구에 반영했다.

연구진은 이후 대마초 흡연 빈도가 상대적으로 평상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을 선정해, 25년간의 기간 중 매년 4월 13일과 27일에 발생한 교통사고 자료들을 취합하여 비교분석 했다. 4월 13일과 4월 27일의 동 시간대에 총 2,453명의 교통사고 사상자가 있었으나, 시간당 평균 6.4건의 사고발생률을 보이며 4월 20일의 평균인 7.1건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연관 교통사고

4월 20일에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상자의 비율은 저 연령층에서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20세 이하의 연령대에서 총 20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비교군인 13일과 27일의 경우 동 연령대의 사상자는 총 150명이었다. 다음 연령대인 21세에서 30세의 경우에도, 305명 대비 353명을 기록하며 더 높은 사고율을 보였다.

해당 두 연령대의 결과만 취합했을 때, 남성의 사고율은 여성보다 약 3배 정도 높았다. 그러나 4월 20일의 사고 발생 증가 비율은 양성 모두에서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4월 20일의 사고율은 연도가 경과함에 따라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1992년에서 2003년의 경우, 13일과 27일 대비 6%가량 높은 사고율을 보였으나, 2004년과 2016년 사이에는 사고 발생이 17%가량 증가했다. 4월 20일이 주말일 경우 사고율은 약 8% 높았으며, 평일인 월요일에서 목요일에 해당할 경우에는 약 두 배가량인 15% 정도의 사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마초, 반사 속도를 늦춘다

스테이플스와 레델마이어는 또한 4월 20일과 관계없이 대마초의 흡연이 사망사고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신문은 대마초에 함유된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 성분이 반사 속도를 늦추며 운전 시 차량의 속도와 차선 유지를 어렵게 한다는 점을 보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뉴욕, 텍사스 및 조지아주에서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았으며, 미네소타주에서는 오히려 사고율이 감소했다. 라이브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콜로라도나 워싱턴주와 같이 기호용 대마초 흡연이 합법적인 지역에서는 4월 20일의 사고율이 13일이나 27일보다 낮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보건평가결과연구소에서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인 스테이플스 교수는 콜로라도와 워싱턴에서 사고율이 낮게 기록되는 이유를 연간 평균 대마초 소비량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평소에도 대마초 흡연율이 높기 때문에, 4월 20일에 대마초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25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기에, 해당 지역에서 비의료적 용도로서의 대마초 흡연이 불법이었던 기간의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대마초 흡연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알코올과 비교하였을 때는, 대마초가 알코올보다 약 114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주립대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44명만이 대마초를 흡연한 후 운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캐나다에서 2017년에 진행한 연구에서는 대마초 흡연자 중 절반만이 운전 시 대마초 흡연이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스테이플스에 의하면 현재 미국 인구의 약 20%가 대마초 흡연이 합법화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2018년 7월 부 대마초 흡연을 전국에서 합법화하고자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레델마이어는 대마초의 날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슈퍼볼 선데이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보다 수가 적을 경우, 해당 연구에서 밝힌 12%의 교통사고 위험률은 슈퍼볼 선데이의 위험률과 비슷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마초의 날은 1991년 4월 20에 처음으로 대중화됐다. 이후 덴버, 샌프란시스코, 밴쿠버 등의 북미 여러 지역에서 4월 20일에 대마초를 흡연하며 행사를 연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박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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