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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군집과 뇌가 닮았다면?

   김은비 기자   2018-03-28 19:19

▲출처=픽사베이

1,000억 개 상당의 뇌세포가 촘촘히 이어진 인간의 뇌. 감히 상상조차 안 될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을 뇌는 누구와도, 어느 것과도 닮지 않은 것 같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 중 무엇과도 비슷하지 않을 것 같은 뇌. 그러나 최근 영국 셰필드대학교 연구진은 뇌가 벌의 군집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뇌는 벌의 군집, 뇌세포는 벌 한 마리와 비슷하다는 것.

◇ 벌 군집과 뇌의 공통점

연구진은 꿀벌이 벌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꿀벌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일종의 의사결정을 해 나갔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마치 뇌세포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과거 연구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뇌는 정신물리학적 법칙과 같은 특정 규칙을 따른다. 그러나 규칙이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뇌세포 각각은 규칙을 따르지 않지만, 뇌 전체는 따른다. 이는 벌도 마찬가지였다. 개별 벌은 규칙을 따르지 않지만, 초유기체, 다시 말해 벌 군집은 규칙을 따른다.

연구 결과, 실제로 초유기체는 인간의 뇌와 똑같은 규칙을 따르는 듯싶다. 뒤집어 말하자면, 정신물리학적 법칙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이 뇌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와 벌의 군집은 어떤 법칙을 공통적으로 따르는 것일까? 연구진은 피어론의 법칙(Pieron's Law), 힉스 법칙(Hicks Law), 베버의 법칙(Weber's Law)을 따른다고 전했다.

▲인간의 뇌와 벌의 군집은 3가지 법칙을 공통적으로 따른다.

피어론 법칙은 옵션 두 개가 모두 좋은 것일 때 뇌가 의사결정을 더 신속하게 내리고, 옵션 두 개가 모두 안 좋은 것이면 뇌가 느리게 결정을 내린다는 내용의 법칙이다.

그런데 피어론 법칙은 뇌뿐 아니라 벌 군집에서도 나타났다. 연구진이 벌 군집을 관찰한 결과, 벌집 지을 장소 후보지 2곳이 모두 좋은 곳이면 의사결정이 빨리 진행됐다. 반대로 후보지 2곳이 모두 안 좋은 곳일 때는 의사결정이 더디게 이뤄졌다.

두 번째로 힉스 법칙에서도 뇌와 벌 군집의 공통점이 발견됐다. 힉스 법칙은 옵션 수가 증가하면 뇌의 의사결정이 느려진다는 내용의 법칙이다. 벌 군집 역시 벌집 장소 후보지 수가 많을 때는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됐다.

베버의 법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베버의 법칙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옵션별 만족도가 최소한으로 차이가 날 때 뇌가 가장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안 좋은 옵션들일 때는 만족도 차이가 적고, 좋은 옵션들일 때는 만족도 차이가 클 때 가장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베버의 법칙은 뇌와 벌 군집 모두에서 나타났다.

▲피어론 법칙, 힉스 법칙, 베버의 법칙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평행이론' 정도로 치부될 수 있지만, 과학적 입증을 통해 밝혀진 공통점이다. 연구를 수행한 안드레아지오반니 레이나 박사는 "또한 이 연구는 벌 군집을, 완전하게 발달했으면서도 자율성이 있는 개체로 구성된 완벽한 유기체 혹은 초유기체로 보는 관점을 지지한다. 이러한 유기체는 서로 상호작용을 해서 집단적인 반응을 보인다"라면서 "이런 관점으로 보면 군집의 벌들과 뇌의 뉴런들 사이에는 평행선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정신물리학적 법칙의 보편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