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123RF)

중국 연구팀이 미국바퀴벌레(학명: Periplaneta Americana)의 DNA 배열 순서를 분석해 바퀴벌레가 지구 상 가장 더러운 곳에서도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냈다.

중국과학원 심양응용생태연구소의 슈아이 잔 연구원은 미국바퀴벌레의 유전자 개수가 2만 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사람 유전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바퀴벌레는 이처럼 유전자 수가 많아 아무리 더러운 곳에서도 적응하며 살 수 있다.

바퀴벌레의 어떤 유전자군은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준다. 바퀴벌레는 특히 발효되는 음식을 제일 좋아한다. 또 다른 유전자군은 체내 해독 작용을 하게 해 바퀴벌레가 독성 물질을 먹어도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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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유전자군은 면역계를 강화해 병원균 감염에도 바퀴벌레는 쉽게 죽지 않는다. 이처럼 유전자군이 다양해 바퀴벌레는 매우 더러운 환경에서도 탁월한 회복탄력성을 보여준다.

또 다른 유전자군은 어마어마한 속도의 번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천적에게 물어 뜯기거나 떨어져나간 다리를 다시 자라게 하는 유전자군도 있다.

잔 연구원은 바퀴벌레의 생존에 핵심이 되는 유전자를 파악하면 바퀴벌레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질병을 옮기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바퀴벌레 박멸법을 개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바퀴벌레의 유해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미국바퀴벌레 유전자 분석 후, 이를 다른 두 종류의 바퀴벌레 유전자와 비교했다. 연구진은 미국바퀴벌레 유전자를 호주바퀴벌레(학명: Periplaneta australesiae) 및 검정바퀴(학명: Periplaneta fuliginosa) 유전자와 비교하고, 흰개미와 독일바퀴벌레(학명: Blatella germanica) 등 바퀴목에 해당하는 다른 벌레의 유전자와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미국바퀴벌레에는 2만1,336가지의 단백질 코딩 유전자가 있었으며, 이 중 95%가 발현된 상태였다. 또한 바퀴목에만 존재하는 이종상동성 유전자 479가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계통발생 지도를 만들어 바퀴목이 단일 계통임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미국바퀴벌레가 현존하는 곤충 중 메뚜기 다음으로 게놈 지도가 가장 크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한 유전적으로는 독일바퀴벌레보다는 목재 흰개미(학명: Zootermopsis nevadensis) 및 곰팡이 흰개미(학명: Macrotermes natalensis)와 더욱 유사점이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미국바퀴벌레가 흰개미와 바퀴벌레 간 유전적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독 및 화학수용 등을 담당하는 바퀴벌레의 특정 유전자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화학수용은 주변 환경의 냄새를 맡고 맛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연구진은 미국바퀴벌레에는 쓴 맛 수용체를 제공하는 유전자군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바퀴벌레가 가리는 음식 없이 아무 것이나 먹이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해독 유전자는 사람이 개발한 살충제에 내성을 키우도록 도와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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