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칼과 톱 가지고 놀고 불장난하는 놀이터 각광 받아

2018-03-30 05:08:57 김선미 기자
(출처=123RF)

영국 런던 켄싱턴가든 내에 위치한 다이애나비 놀이터(Princess Diana Playground) 입구에는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위험물을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놀이터는 아이들이 통제나 규제받지 않은 환경에서 위험에 접하기 전에 통제된 놀이 환경에서 위험에 대한 인식을 키우게 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영국 부모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안전한 놀이터를 지양하고 어느 정도의 위험 요소나 위험물에 노출될 수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게 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부모들은 6m가 넘는 등반 타워 등 수제 놀이 시설 설치를 요구하고, 가시금작화 같이 가시가 많은 꽃 덤불을 손질하지 말고 그냥 놔두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진짜 칼과 톱 등 위험한 도구를 직접 가지고 놀고 실제로 불을 피우는 경험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단, 모든 활동이 감독 하에 이뤄진다는 조건에서다.

영국 부모들은 지나치게 안전한 놀이 시설로 가득 찬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이 회복력과 투지를 키우기를 원하고 있다.

현재 호주, 스웨덴, 캐나다 등에서도 다이애나비 놀이터와 같은 놀이터를 만들고 영국과 같은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숲 속 산책, 혼자 대중교통 이용하기, 밖에 나가 놀기, 야생 기술 습득하기 등 아이들을 자유롭게 방목하는 초등학교 교육이 미국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놀이 환경을 지지하는 부모와 전문가들은 위험성이 내포된 활동을 접하고 위험을 극복하면서 아이들이 자신감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123RF)

은가 은구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행동 생물학자는 위험과 위험한 놀이는 사람이 동물이자 영장류로서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필연적인 습성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놀이 중 지속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친숙하지 않고 불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사용해 환경에 내포된 물리적, 사회적 위험과 교류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포유류 중에서도 영장류는 성장기가 유난히 길다. 발달 속도가 다른 동물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영장류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위험에 대비하는 기술을 배운 상태로 성인이 돼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은구옌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직 미숙한 영장류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물리적,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영장류 어린이는 어른이 되기 전에 통나무 위에서 균형 잡는 법과 다른 동물들이 보이는 우호적이거나 공격적인 반응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영국에서 위험한 놀이터 운동은 약 4년 전에 시작됐다. 리치몬드 애비뉴 유치원은 플라스틱 장난감 집을 버리고 대신 2*4 재목과 나무 상자, 벽돌 등을 들여오고, 운동장에 진흙 구덩이와 타이어 그네, 통나무 그루터기 등을 설치하고, 진짜 망치와 톱을 갖춘 작업대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의 위험에 노출돼야만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고 투지와 회복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비영리 체험학습기관인 스튜디오 루도(Studio Ludo)의 창립자 메건 탈라로우스키도 위험이 아이들의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현재 놀이터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모두 배제돼 있다는 데 동의했다. 

공인 놀이터 안전 검사요원인 탈라로우스키는 놀이터에 위험 물질을 투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위험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초 놀이터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장소로 구상됐지만,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플라스틱과 콘크리트 표면이 높은 목재 구조물을 대체함으로써 놀이터가 지나치게 안전한 장소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탈라로우스키는 바로 이 때문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안전한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 훨씬 짜릿하고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탈라로우스키는 지나치게 안전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관찰하면 아이들은 놀이터를 만든 디자이너들의 의도에서 벗어난 행동을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언제나 놀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어른들은 한 발짝 물러나 아이들이 끌리는 대로 행동할 장소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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