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원숭이가 뜨거운 탕에 앉아 노천욕을 즐기는 모습. 영화나 광고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도 목욕하는 일본원숭이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관광 상품도 있다. 일본원숭이는 오늘도 일본의 어느 정갈한 노천탕에서 목욕을 즐기고 있을 것인데, 왜 목욕을 하는 것일까? 사람처럼 목욕의 효과를 볼까?

일본 교토대학교 라파엘라 타케시타 박사 연구진이 일본원숭이가 목욕했을 때 얻는 과학적 효과를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노천욕을 함으로써 추운 날씨로 인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번식 및 생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

◇ 겨울철 암컷 일본원숭이의 노천욕

일본원숭이는 인간이 아닌 영장류 중에서 사실상 가장 북쪽 지역에 사는 영장류로 알려져 있다. 추위에도 잘 견디며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나가노산의 지고쿠다니원숭이공원에 사는 원숭이는 길고 두꺼운 털로 체온을 유지하며 겨울을 난다.

일본원숭이는 뜨거운 목욕을 즐기는 유일한 원숭이로도 유명하다. 일본원숭이가 노천욕을 즐긴다는 사실은 지난 1963년 어떤 사람이 눈 오는 날 호텔에 있는 노천욕탕에 갔다가 탕에 들어앉아 있는 원숭이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다른 원숭이들이 이 원숭이를 따라 노천욕을 즐기기 시작했다. 일본원숭이들의 목욕이 계속되자 공원 측은 아예 전용 노천탕을 만들어 줬다. 2003년에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암컷 원숭이 3마리 중 1마리꼴로 겨울철 정기적으로 목욕을 즐긴다.

겨울철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천욕을 즐긴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를 입증한 과학적 근거는 많지는 않았다. 타케시타 박사 연구진은 그 생리학적 근거를 밝히기 위해 노천욕을 즐기는 다 자란 일본원숭이 암컷 12마리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출산 시기인 4~6월과 짝짓기 철인 10~12월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목욕하는 시간을 측정하고 어떤 원숭이가 가장 많이 목욕을 즐기는지 기록했다. 배설물을 채집해 샘플을 만들어 fGC(faecal glucocorticoid) 수준을 분석, 신진대사를 조사하고자 했다. 체온을 조절할 때 혹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fGC 수준에 영향을 끼친다.

연구 결과, 서열이 높은 암컷 일본원숭이는 목욕을 더 오래 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행동도 더 많이 보였으며, 이로 인해 서열이 상대적으로 낮은 원숭이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낮아졌다. 연구진은 서열이 높은 암컷의 경우, 높은 지위로 인한 비용도 많이 치렀지만 대신 노천욕을 통해 충분히 이득도 누렸다고 분석했다. 체온 손실을 막음으로써, 에너지를 보존하면서도 스트레스 수치는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암컷 일본원숭이는 봄보다는 겨울에 목욕을 더 많이 했다. 겨울 중에서도 유독 추운 날에 목욕을 더 자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타케시타 박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목욕이 일본원숭이에게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주는 것 같다"라면서 "일본원숭이의 노천욕이라는 독특한 습관은, 행동적 유연성이 추운 날씨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 도움을 주고, 생식과 생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추후 연구진은 혈청 샘플과 타액 샘플로 단기적인 수준의 스트레스 수치 변화가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저널 '영장류(Primates)'에 발표됐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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