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높은 집세로 차에서 생활하는 '차숙자' 늘고 있다

2018-04-04 18:00:06 고진아 기자
(출처=셔터스톡)

미국 캘리포니주에는 일명 '안전한 주차 프로그램(Safe Parking Program)'이라는 이름의 제도가 있다. 비영리 단체인 '뉴비기닝 카운셀링 센터(New Beginnings Counseling Center)'가 운영하는 것으로, 바로 하룻밤 동안 차를 주차하고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저소득층 근로자를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주차 공간은 교회나 비영리 단체, 도시 자산에 속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주차장 시설이다. 

새롭지도 전혀 독특하지도 않아 보이는 이런 제도를 캘리포니아주가 활성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숙자' 지원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 거주하는 9만2000명의 거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 서비스의 배경에는 보조 주택 당첨을 기다리는데 드는 대기 기간이 무려 7~10년이나 걸린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 한 칸짜리 임대료가 1000달러(약 105만 원) 이하로 드는 곳을 찾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이 지역의 공실률은 0.6%다.

이에 여건이 되지 않는 근로자들이 차라리 야간에 자신의 차 안에서 잠을 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도시가 결정한 셈이다. 약 150명의 사람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대부분은 저소득의 근로자들이다. 이들의 35~40%는 낮에는 화가나 정원사, 간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한다. 저렴한 주택을 구하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자동차에서 자는 것을 택한 것.

한 연구에 따르면, 약 1100만 명의 미국인들이 급여의 50% 이상을 집세를 내는데 지출한다. 전국저소득층주택연합(NLIHC)은 최소 임금을 받고 주당 40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미국 전역의 12개 카운티에서 침대가 딸린 방 한 칸을 얻을 수 있다고 현 주택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2016년 조사에서는 세입자들이 급여에서 집세를 빼고 남는 한 달 치 금액이 불과 488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2001년과 비교해 18%나 더 적게 남는 것이다. 2001~2011년 10년 동안 평균 임대료는 5% 올랐지만, 세입자들의 소득은 15% 감소했다.

또한, 2015년 인구통계자료에서는 주차장과 고속도로에서 이른바 '캠핑'을 하며 밤을 지새는 산타바바라 거주민의 비율이 4분의 1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무려 1만 1950여명이 80km을 출퇴근하며 왔다 갔다 하느니 그냥 길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집에서 통근하는 또 다른 3분의 1인 약 2724명의 소득은 월평균 약 1250달러였다. 2002년에는 오직 7515명의 근로자만이 80km의 거리를 통근하며 생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 시간의 악몽

미 지역사회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통근 시간은 26.4분으로 늘어났다. 근무지와 거주지가 서로 다른 지역인 사람들의 수 역시 1990년 2350만 명에서 2014년엔 4010만 명으로 거의 두 배로 상승했다. 통근길에서 긴 시간을 소비하면서 그만큼 출퇴근 비용도 소득의 6%나 차지했다. 이는 고소득자의 거의 2배로,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통근 시간과 비용이 소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스트리트라이트 데이터의 연구팀이 최소 10만 명 이상의 거주민이 있는 933개의 도시를 분석해 미국에서 가장 먼 거리를 통근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을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통근자 약 2000만 명의 왕복 시간을 분석했는데, 소득과 교육 수준, 임대료의 3가지 사회 경제적인 요소들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연구 결과, 대학 학위 소지와 짧은 통근 거리와 가장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긴 통근 거리를 이동하는 거주민들이 있는 지역은 캘리포니아의 비숍(Bishop)이었다. 총 4787명의 인구가 사는 이 도시의 평균 통근 거리는 113km였고, 평균 임대료는 824달러였다. 메릴랜드주의 오션파인스(Ocean Pines)가 47km, 1411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3번째는 뉴저지의 오션시티(Ocean city)로, 43km의 통근 거리와 1076달러의 임대료를 보였다.

(출처=팩셀스)

긴 근로 시간의 부작용

이외에도 미디어 매체 월렛허브는 긴 근로 시간과 통근 거리, 한 가지 이상의 직업, 휴가 부족 등의 여러 원인을 가진 도시들을 분석했는데, 워싱턴 DC와 저지 시티, 뉴햄프셔의 맨체스터, 미니애폴리스, 세인트 폴이 상위 5위권을 휩쓸었다.

긴 근로 시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낮은 임대료와 낮은 주택 구입비가 드는 지역을 찾는 것뿐이다. 이와 관련 LA타임스는 높은 임대료와 주택 가격을 가진 도시들은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사는 근로자들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편도 통근 시간만 해도 최소 90분 이상이나 되기 때문으로,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로 들어오는 사람들보다 떠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높은 주택 비용으로 기업과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하락하고 경제 성장까지 둔화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이는 기업들이 더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진출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지난해 LA비즈니스의회(USC)가 현지의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4명의 응답자 가운데 10명이 근로자를 유지하는 데 어려운 점으로 주택 비용을 꼽았다. 이외에도 다수의 응답자가 고가의 주택 비용 때문에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추세라고 대답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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