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새가 노래한다고 낭만을 담아 말하곤 한다. 저 머나먼 북극, 거대한 얼음 아래서도 봄을 알리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북극고래(Bowhead whale)는 봄이 오면 전,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북극고래는 특이하게도 각자 부르는 노래가 다르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는 5일(우리 시간) 북극고래를 장기간 연구한 결과, 번식기인 겨울철과 이른 봄에 노래를 부르며, 고래마다 노래 패턴이 다르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케이트 스태포드 박사는 "혹등고래(humpback whale)는 노래가 클래식 음악 같지만, 북극고래는 재즈 같다"라면서 "북극고래 노래는 좀 더 자유롭다. 소리 데이터를 4번의 겨울 동안 연구했는데, 해마다 노래가 반복되지 않을 뿐 아니라, 철마다 새로운 노래였다"라고 말했다.

스태포드 박사는 고래의 노래를 분석하고자 전세계 곳곳에서 녹음·기록해 왔다. 2007년 스태포드 박사는 그린란드에서 북극고래가 노래 부르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2012년에는 북극 스피츠베르겐섬에서 북극고래가 번식기인 겨울이 되면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1월~4월까지 하루 24시간 동안 노래를 부른다는 것.

그러나 이보다 특이한 사실은 노래가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연구진에 의하면, 혹등고래 같은 경우, 수컷마다 노래 패턴이 비슷하다. 노래 패턴이 바뀌기는 하지만 아주 조금 바뀐다. 북극고래도 기본적으로는 혹등고래와 비슷하다. 그러나 2008년에 확인된 데이터와 이번 데이터에 따르면, 북극고래의 노래는 혹등고래와 분명히 다르다. 북극고래는 노래 패턴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

사실, 노래보다는 울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진에 의하면 동물의 노래는 울음소리와는 조금 다르다. 좀 더 복잡하고 뚜렷한 음악적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새와 포유류는 하나의 개체로서 혹은 집단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스태포드 박사는 "인간은 사실상 시각적인 동물이다. 하지만 바다의 포유류는 소리와 음악 정보로 항해하고, 먹이를 찾고, 소통을 하는 3차원 서식지에 산다"라고 말했다.

새와 마찬가지로 고래는 다른 동물과 노래를 통해 경쟁하고, 이성을 유혹해 짝짓기를 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같은 특징이 북극고래에게도 해당되는지 아직은 완벽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수컷만 노래를 부르는지, 개체끼리 노래를 공유하는지, 노래 패턴이 늘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은 알기 힘들다는 것.

북극고래는 변화가 많고 다양한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찌르레기나 들종다리와도 비슷하다. 연구진에 의하면, 항상 새롭고, 특색 있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극고래는 남획으로 1600년대에 이미 멸종하다시피 됐다. 현재는 약 200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는 영국 왕립학술원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발표됐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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