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는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공동생활을 한다. 나무에서 딴 과일이나 열매를 나눠 먹고 서로 털을 다듬어 준다. 가끔은 영양을 잡아먹기도 하는데, 이조차 서로 나눠 먹는다. 그러나 이뿐이 아니다. 6일(우리 시간) 저널 '휴먼 네이처(Human Nature)'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보노보는 자기 공동체 안에서만 먹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동체에도 나눠준다.

◇ '우리 거지만 너희에게도 줄게'

영국 리버풀존무어스대학교의 바바라 프러스 박사와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의 고트프리드 호프먼 박사 연구진은 보노보가 먹이를 자기 공동체뿐 아니라 다른 공동체에도 나눠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노보가 사냥한 고기를 서로 나눠 먹는다는 사실은 수십 년 전에 밝혀졌으나, 자기 공동체가 아닌 다른 공동체와도 공유한다는 사실은 사실상 처음 확인됐다.

연구진은 작년 1월 아프리카 콩고공화국 밤푸사강(Bompusa) 부근 숲에 사는 보노보 집단 2개를 관찰하다가, 다른 공동체와도 먹이를 공유하는 독특한 행동을 발견했다. 보노보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사냥을 해서 고기를 먹는다. 사실 작정하고 사냥한다기보다는 우연히 다이커(소목 사슴과)를 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구진은 밤푸사 서쪽의 보노보 집단과 동쪽 집단이 서로 만나는 모습을 관찰했다. 서쪽 집단의 우두머리 수컷이 다이커를 잡아 왔다. 우두머리가 1인자 전용 나무에 올라가자, 보노보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동쪽 집단의 보노보까지 모여든 것이다. 한 집단당 4~5마리씩 서쪽 집단 우두머리에게로 모여들었다. 우두머리는 30여 분 동안 다이커 고기를 그 자리에 모인 모든 보노보에게 나눠주었다. 자기 집단뿐 아니라 다른 집단에게도 먹이를 나눠준 것이다.

이 같은 행동에 대해 프러스 박사는 "(먹이를) 부탁하는 것은 빤히 바라보는 것이나 손을 뻗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하지만 공격을 하거나 강제로 빼앗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례의 경우,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은 수동적일 (때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동쪽 집단의 암컷 한 마리가 다이커의 머리를 완전히 제거한 후, 자기 새끼와 다른 암컷에게 고기를 나눠주는 모습도 목격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두 집단이 서로 사이좋게 먹이를 나눠 가졌다. 서쪽 집단 암컷도 다리 한짝을 자기 새끼와 동쪽 집단 암컷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수컷은 그렇지 않았다. 다른 수컷이 7마리나 있었는데도 1인자 수컷만이 고기 파티의 영광을 누렸다.

연구진에 의하면 보노보의 사회 구조는 암컷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성(sex)은 집단의 평화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연구진은 고기 파티 동안 함께 생식기를 문지르는 암컷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수컷은 다른 집단의 암컷과 교배를 하기도 했다. 다른 집단 보노보의 털을 다듬어 주기도 했다.

프러스 박사는 "암컷들끼리, 혹은 수컷들끼리, 또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 공격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다른 집단과 만날 때 흔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원시 인간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프만 박사는 "사냥, 먹이 나누기 같은 협력의 행동은 인간 기원의 모델을 설계하는 데 중요하다"라면서 "침팬지, 보노보 등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족의 이 같은 행동 패턴을 면밀히 연구함으로써 가장 마지막 공통 조상이 다른 구성원과 음식을 나눌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통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