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하이에나, 그리고 치타. 세 동물은 육식동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치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먹이 먹는 전략이 다르다. 암수 성별에 따라 먹잇감을 먹는 방식이 다르고, 새끼의 유무에 따라 먹이 먹는 속도가 다르다. 치타의 전략, 어떻게 다를까?

◇ 수컷 치타·새끼 없는 암컷 치타와 어미 치타의 서로 다른 전략!

탄자니아 세렝게티국립공원의 치타는 하이에나 혹은 사자 같은 최상위 포식자와 다른 방식으로 먹이를 먹는다.

치타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사자나 하이에나와 같은 서식지에 사는 중간 크기의 육식동물이다. 치타는 같은 치타 새끼를 공격해 물어 죽일 뿐 아니라, 다른 동물이 사냥한 먹이를 가로채곤 한다. 하지만 치타는 표범과 달리 힘이 약해 나무 위로 먹잇감을 끌고 올라 오지는 못한다. 사자에 대항하지도 못한다. 그렇다 보니 치타는 사자나 하이에나가 없거나 쉬고 있을 때 사냥을 하곤 한다.

연구진은 치타의 먹잇감을 잡아먹는 행동이 사자나 하이에나의 존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고자, 탄자니아 세렝게티국립공원의 치타 159마리, 도합 400회 이상의 사냥 모습을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관찰했다.

치타의 먹이 먹기 전략은 상황에 따라 달랐다. 수컷 치타와 새끼가 없는 암컷 치타는 주로 먹잇감을 가로채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다 보니 공격에 대비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대신 다른 동물한테 먹이를 뺏기기 전에 최대한 빨리 먹어치운다. 사자나 하이에나가 보고 달려들기 전에 재빨리 먹이를 먹고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끼가 있는 어미 치타는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은 새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보한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먹이를 먹었다. 새끼는 입이 작은데다 놀다가 쉬다가 하면서 먹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먹이를 느리게 먹는다. 어미로서는 사자나 하이에나가 공격하지 않을까 새끼의 생사를 걱정하며 주변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연구를 이끈 미국 버지니아공대 앤 힐본 박사는 "어미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속보보다는 경계에 신경을 쓴다"라면서 "먹기 전에 멈추는 시간이 많다. 숨도 쉬고, 좀 더 경계하고자 해서 그렇다. 이로 인해 먹는 데 드는 시간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전반적으로 먹이 앞에 머무는 시간도 증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사냥 후 행동이 서식 영역에 따라 다르기도 했다. 세렝게티가 아닌 남아공과 보츠와나 사이에 위치한 칼라가디 트랜스프론티어 공원에 사는 어미 치타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약했다. 사자 밀집도가 3배 정도 낮고, 하이에나 수도 100배 정도 더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10일(현지시간) 저널 '행동생태학과 사회생물학(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에 게재됐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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