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ing
Socio of Sci/Bio-Philoso Korean
'안티백신운동'으로 보는 과학과 비과학적 신념 간 대립
2019-06-08 09:00:03
이찬건
▲과학적인 근거와 비과학적인 신념은 종종 대립하고 충돌한다 (출처=123RF)

[리서치페이퍼=이찬건 기자] 얼마 전 '안아키'라는 이슈로 국내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많은 엄마가 아이를 병원에 보내는 대신 자연주의 치료법을 이용해 아이가 병들지 않도록 키우겠다는 신념에서 촉발된 사회적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아동 학대 문제로 이어졌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결국은 큰 문제로 발전했다. 

이처럼 때로는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이나 잘못된 정보, 혹은 신앙의 이유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인식할 때가 많다. 이 중에서도 특히 종교적인 신념은 믿음의 맹목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종종 과학적인 진실과 종종 대립하곤 한다. 물론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절대 충돌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종교적인 신념과 과학. 미국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앙과 과학을 동일시하는 일부 여론이 형성되면서 마치 종교가 과학적인 사실보다 더 진실된 믿음인 것처럼 여기는 부류들이 존재해왔다. 이들은 학교가 가르치는 과학 수업을 부정하고 의학적인 연구나 입증된 자료를 거부하면서 종교적인 신념이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행동한다. 이에 논란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항상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논란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인파 논란 과정에서 탄생한 신조어인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 역시 진실을 왜곡하면서 진실이 아닌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정의하는 행태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안티백신운동은 과학과 종교적 신념의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있다 (출처=123RF)

 

안티백신운동이 주는 교훈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논란과 관련해 가장 최근 들어 나타나는 대표적 사례는 바로 백신접종이다. 백신접종에 반대하는 안티백신운동(Anti-vaxxer movement)가들로부터 촉발된 현상이다.

그리고 안티백신운동의 한 가운데에는 앤드류 웨이크필드 박사가 자리한다. 그는 지난 1998년 홍역과 볼거리, 풍진 혼합백신인 MMR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밝힌 논문을 의학지 '랜싯'에 실은 인물이다. 당시 자폐증을 앓는 소아마비 환자들의 사례를 연구했는데, MMR 접종을 받은 후 소아마비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긴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웨이크필드가 백신에 부정적인 연구를 하도록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문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논문은 철회됐고 박사는 의료 면허를 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은 안티백신운동으로 이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는데, 유럽의 경우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이 백신접종을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으로 믿고 실천하면서 이를 추종하는 부류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는 최소 35명의 아이가 홍역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백신접종의 효과가 간과됐다는 사실이다. 미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위스타 연구소의 백신 및 면역요법 부분 수석 부사장인 데이비드 웨이너는 백신을 접종할 경우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도 적을 뿐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 역시 적다고 강조했다. 또한, 백신은 천연두나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그리고 홍역 같은 질병을 근절시키는데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오래전 발생했던 전염병이 현재에 와서는 아예 없어졌거나 발병률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만 봐도 이는 명백한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웨이너 부사장은 대부분의 경우 질병에 걸렸었던 기억은 사라지게 마련이라며,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큰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어쨌든 이런 안티백신운동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부분적으로 촉발되면서 발생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백신이 존재했던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 하지 않거나 기억하지 못하면서 백신을 부정하고 있다.

▲안티백신운동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촉발되면서 발생했지만, 여전히 백신을 부정하는 집단은 존재한다

 

과학과 종교적 신념의 갈등

백신 외에도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던 악습도 종교적인 신념에 의해 포장되기도 한다. 한 예로 최근 아이슬란드는 비외과적인 논리에 의해 자행되는 남자 아기들의 할례를 범죄로 간주하는 법안을 꺼내 들었다. 이 법안은 지난 2005년 통과된 여성할례 금지법안과 유사한 형태로, 만일 새로운 할례 금지조항을 위반할 경우 6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이 법안을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반면 이슬람 신자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이슬란드의 이슬람 문화센터의 성직자인 아마드 세데크는 이 법안을 겨냥해 종교적 중요성을 지닌 전통을 범죄로 규정짓고자 하는 "자유의 종교적 권리에 대한 위반"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정신과 의사인 가브리엘 디아코누는 여가 시간에 클래식 오케스트라를 즐기는 의사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수술실에 첼로를 들고 오지는 않는다고 현 상황을 풍자했다. 결론적으로 낙태와 피임을 허용하지 않는 교회와 이에 저항하는 여성의 논쟁처럼, 과학과 비과학적인 종교적 신념 간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듯하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이찬건 기자]

Today's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