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는 생후 6개월이면 감정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눈앞의 사람이 행복한지 화가 났는지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감정을 읽는 것일까? 단순히 얼굴이나 목소리에 나타나는 신체적인 특징을 구별하는 수준은 아닐까?

12일(우리 시간) 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된 제네바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생후 6개월 아기는 행복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 생후 6개월 아기의 감정 표현과 반응

감정은 인간의 인간다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갓난아기 때부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데, 아기에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가령, 뒤척이며 자세를 바꾼다든지, 목청껏 운다든지, 환하게 웃는다든지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아기를 돌보는 사람은 그 감정을 읽고 아기의 불편을 해결해 주거나 욕구를 채워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울면 젖을 물린다든지, 토닥이며 재운다든지, 기저귀를 갈아준다든지, 안아준다든지 한다.

하지만 그 반대도 성립한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아기는 감정을 표현해 어른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대로 어른들의 감정을 읽고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생후 6개월 아기 24명을 대상으로 감정이 담긴 목소리와 표정의 관계를 읽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행복과 분노의 감정이 각각 담긴 음성과 표정을 아기에게 보여줬다. 1단계에서는 청각 위주로 진행하고자, 까만 화면을 보여주면서 3종류의 음성(중립적인 음성, 행복한 음성, 화난 음성)을 20초간 들려줬다. 2단계에서는 시각 요소를 추가해 행복한 표정과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을 보여줬다.

그 후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특정 표정(또는 눈이나 입과 같은 얼굴의 특정 부분)을 보는 데 드는 시간이 아기가 들었던 감정 목소리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아기가 행복한 표정과 화난 표정을 똑같은 시간 동안 응시했다면, 감정 목소리 종류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두 표정 중 한쪽을 좀 더 오랫동안 응시했다면 두 표정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중립적인 목소리나 화난 목소리를 먼저 들었을 때는 행복한 표정과 화난 표정 중 특별히 한쪽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한 목소리를 먼저 들었을 때는 화난 표정을 좀 더 오래 응시했다. 특히 화난 입 모양을 더 오래 바라봤다. 생후 6개월 된 아기는 청각 정보나 시각 정보에 관계없이 행복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청각적인 감정 정보를 시각적인 감정 정보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후 6개월 아기에게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표본이 작고 행복한 목소리에만 유의미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완벽한 연구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연구는 아동기 감정 구별 능력의 발달을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스위스 국립과학재단(SNSF)이 지원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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