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미국에서 트위터(Twitter)와 레딧(Reddit)과 같은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퇴직연금계좌인 401(k) 잔액까지 공유하는 과도한 과시성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401(k)는 회사와 근로자가 급여의 일정 비율을 정년 때까지 갹출하여 근로자가 직접 투자 상품을 골라 이를 운용토록 하는 퇴직연금제도다. 401(k)란 이름은 미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 가운데 퇴직연금의 세제 혜택을 명시한 401조 K항에서 비롯됐다.

SNS에 이런 과시형 글이 올라오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집회와 모금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당신의 401(k)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도 한 몫 했다. 401(k)에 가입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금을 굴리기 때문에 증시 등락에 민감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묻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의 호황과 함께 401(k) 잔액 증가를 자신의 지지세력 결집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켓와치'(MarketWatch)는 레딧에 자신의 401(k) 잔액을 과시할 뿐만 아니라 수년 간 저축한 덕에 지금은 백만장자가 됐다고 노골적으로 자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고 밝혔다. 레딧 측은 SNS에서 금융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시장관찰자들이 투자자들의 행복감이 통제를 벗어난 수준에 도달했는지 묻는 바로 그 때에 401(k)에 대한 과시성 게시물이 급증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시장관찰자들은 일반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의 수많은 경고와 위험 요소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심리학자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긍정적인 사건과 개인적 성취를 공유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친한 친구나 친지들에게 승진, 결혼, 아기 출산 등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모두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말 그대로 행복을 나누면 배가 된다. 그러나 행복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투와 시기심, 부러움 등의 감정을 유발할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에는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 자랑을 할 때에는 어떤 정보를 누구와 공유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출처=픽사베이)

심리학에는 '휴브리스 가설'(hubris hypothesis)이 있다. 휴브리스는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인간의 오만과 자기과시를 뜻하며, 휴브리스 가설은 사람들은 오만한 허풍쟁이를 성가시다고 생각하며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은 그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추론하며 이를 바탕으로 반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카라 파머는 최근 연구에서 과시와 허세가 심한 사람들은 대부분 덜 상냥하고 덜 양심적이며 덜 단호한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종종 자신보다 지위가 낮고 남의 비위를 잘 맞추며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려는 속셈이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게 된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허풍이나 허세에도 한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밝혔다. '사이콜로지투데이'(Psychology Today)는 허풍쟁들이 좀 더 유능한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내용의 몇몇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허풍쟁이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만 그렇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SNS에 어느 정도는 자기 과시나 홍보를 위한 글을 올린다. 특히 일과 관련됐을 때 전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자기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 때 그 방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쓸데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아 주의를 분산시키는 대신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정보와 가치를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켓와치는 SNS에 401(k) 계좌의 잔액을 과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401(k) 계좌가 아예 없거나 다른 형태의 저축도 없는 근로자들이 수 백명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미 투자회사협회(ICI)는 2015년에 미국 근로자 가운데 약 5400만명만이 401(k)에 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미 노동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미국인 근로자 수는 1억5000만명에 달했다.

이와 같이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 이상이 401(k) 계좌에 돈을 저축하고 있지만 미국의 저축률은 수년 동안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이는 미국인들이 분수에 넘치는 지출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잠재적인 지표이며 전혀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이찬건 기자]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