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눈썹(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우리의 눈썹이 인간 진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로 눈썹이 인간은 다툼보다 화합에 적합하도록 발달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보통 눈썹이 인체에서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눈썹은 눈 위에 난 털이며 땀이나 비, 물 등이 안구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안구에 오염이나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러나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 저널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눈썹은 우리 조상들의 생존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페니 스파이킨스 박사는 "눈썹은 인간 진화에서 가장 신비로운 부분을 차지한다. 눈썹은 현대 인간이 다른 멸종된 사람족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영장류 해골(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눈썹, 얼굴의 발달과정 담겨 있어

과거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음식을 씹어 먹는 활동을 하면서 눈썹 뼈 부분이 융기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런데 1991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이 가설을 부분적으로 부인했다. 당시 연구진은 "살아있는 영장류나 화석 영장류의 해골에서 눈썹이 넓어지는 것이 씹는 힘, 즉 저작력에 대처하는 구조적 적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연구에 따르면 눈썹 뼈 융기가 뇌와 눈구멍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웠을 가능성이 있다. 스파이킨스와 연구진은 하이델베르크인(Homo heidelbergensis)의 눈썹 뼈를 조사했다. 하이델베르크인은 현대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 중 하나인 초기 영장류다.

연구진은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하이델베르크인의 두개골을 디지털로 재창조해 눈썹 뼈 크기와 조작력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는 1991년에 발표된 연구와 일치했다. 씹는 힘이 점차 강해졌다고 해서 두개골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또한 눈구멍과 뇌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눈썹 뼈가 융기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이델베르크인의 눈썹 뼈는 눈구멍과 뇌의 틈새를 채우기에는 지나치게 컸다.

눈썹, 사회적 신호

현재 우리는 눈썹을 의사소통과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초기 영장류는 다른 종에 비해 거대한 눈썹 뼈를 공격성과 우월함을 나타내는 외모로 사용했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 영장류들이 살던 시대에 눈썹 뼈 돌출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요크대학 폴 오히긴스 교수는 "즉 눈썹 뼈가 사회적 신호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말하자면 조작력이나 두개골의 공간 특성만이 눈썹 뼈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의사소통 방법이 점차 바뀐 것이 눈썹 뼈 모양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 또한 높다"고 말했다.

초기 영장류의 눈썹 뼈는 현대 인간보다 두드러지게 돌출돼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덜 유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이마와 눈썹 뼈는 점점 평평해졌고 대신 더 복잡한 모양으로 움직이며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 작용에 기여하게 됐다.

또 인간의 이마와 눈썹이 의사소통을 위해 발달한 것은 지난 10만 년 동안 인간의 얼굴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최근 2만 년 동안 특히 빨라졌고, 인간들이 수렵 채집에서부터 농업으로 생활 방식을 전환한 이후 더욱 빨라졌다. 이것은 식이 요법과 인체의 움직임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간, 위협보다 의사소통 선택해

오히긴스 교수는 "우리는 진화 과정을 거치며 싸움과 위협보다는 상호 의존성과 의사소통이 더 중요한 사회 집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즉 먼 과거에는 커다랗고 돌출된 눈썹이 타인을 지배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과 복잡한 상호 작용을 하고 감정을 표현 및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눈썹 또한 이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오히긴스는 "반대로 눈썹 운동을 제한하는 보톡스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적다"고 덧붙였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이찬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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