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동물들은 지진이 나기 전부터 안다고 한다. 고양이나 개, 쥐나 소가 이상행동을 보이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인데, 정말로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지진을 예측하는 표지일까?

18일(우리 시간) 미국지진학회지(Bulletin of the 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에 발표된 독일지구과학연구센터(German Research Centre for Geosciences)의 연구에 의하면, 동물들의 이상행동과 지진 사이에는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없다. 동물들의 이상행동으로 지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동물들의 이상행동으로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견해는 어떤 근거가 있을까?

독일지구과학연구센터 연구진은 이 같은 견해의 경우, 철저하게 검증을 거치지 않은, 단편적이고 일상적인 연구상 관찰에 근거로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동물의 행동과 지진의 관계가 명백하게 규정된 규칙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예를 들어 특정 규모의 지진 발생 시 동물이 떨어져 있는 거리)', '동물의 행동을 관찰한 적 있고, 지진이 뒤따르지 않았는지', '근거를 검증할 수 있는 적절한 통계적 검증 가설이 있는지', '해당 동물 전체 개체 수가 건강한지' 등이 확인돼야 하는데, 160건의 지진과 관련된 729건의 동물 이상행동 보고에 대해 연구한 결과, 기존의 경우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여러 동물의 지진 예측 가능성에 대한 연구 자료를 수집했다. 대부분의 연구는 실험적 연구보다는 일화적 연구에 가까웠다. 또한 연구 대다수는 2010년 뉴질랜드 다트필드 지진,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 1984년 일본 나고야-켄 세이부 지진을 다뤘다.

조사 결과, 동물들의 이상행동은 지진이 발생하기 수 초 전부터 수개월 전까지 폭넓은 시간 간격을 두고 일어났다. 장소 요인에도 구애를 받지 않았다. 진앙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동물들의 이상행동은 진앙과의 거리와 무관하게 일어났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는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단편적으로 관찰한 사례가 많았으며, 지속적으로 관찰한 연구는 14건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함 때문에, 동물들의 이상행동으로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연의 일치 또는 전진(foreshock)과 관련된 행동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전진은 일부에 한해 동물들의 이상행동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를 수행한 헤이코 워이스 박사는 "동물들은 전진이 만드는 지진파를 느낄 수 있다. P파, S파, 표면파일 수 있다"라면서 "전진이 유발하는 부차적인 영향일 수 있다. 지하수의 변화 혹은 지면에서 가스가 방출되는 것 등이 있는데, 이를 동물들이 감지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진은 본진이 발생하기 전에 본진의 진원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규모의 지진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연구진은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견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워이스 박사에 따르면, 기존 연구의 가장 큰 문제들 중 하나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인 연구가 다수 확보되지 않는 한,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지진과 관련이 있다고 연관 짓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연구진에 따르면 동물들의 이상행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한 변화이거나 건강상의 변화일 수 있다. 가령, 이번 연구에서 두꺼비는 전체 관찰 기간의 절반 상당 이상행동을 보였다. 이상행동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도, 후에도 똑같이 관찰됐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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