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시어)

최근 뇌와 학습에 관한 새로운 이론이 발표됐다.

인간이 새로운 것을 기억하고 배우는 학습은 뇌에서 어떻게 이뤄질까? 국제 과학계는 지난 1949년부터 도널드 헵이 연구한 '헵의 법칙'을 통해 2개 뉴런이 활성화되면 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강도가 증가한다는 이론에 동의하고 있다. 신경학적으로 학습은 뉴런 사이 연결부인 시냅스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는 각각의 뉴런에 입력 신호를 전달하는 소수의 수상돌기가 학습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에서는 특히 학습 과정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美 위스콘신대학 매디슨캠퍼스 정신의학과 키이리 시렐리 박사는 20년간 수면과 학습 과정 시 뇌 역할에 대한 연구에 몰두해 왔다. 시렐리 박사는 여러 동물 모델을 활용해 수면 과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시냅스 항상성 이론과 수면

그는 시냅스 항상성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파리, 생쥐, 인간 등 여러 실험 대상에게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시냅스 항상성 이론은 인간이 학습 중에 두뇌 시냅스가 커지고 강화되며, 이 같은 시냅스 강화가 지식 습득에 필수적이라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는 뉴런이 더 이상 성장할 공간이 없을 경우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다. 시렐리 박사는 수면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가정했다.

시렐리 박사는 "모든 신경 과학자들이 학습 시 시냅스가 전체적으로 강화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공간이 부족해지고 기존 연결이 포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재규격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재규격화란 새로운 시냅스가 들어설 공간을 만들기 위해 특정 시냅스가 축소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시렐리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수면이 재규격화 기능을 수행하며, 이는 우리가 계속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이유다.

즉, 깨어 있는 동안 학습 시냅스가 커지고 잠든 동안에 재규격화가 일어나 다시 일어났을 때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증명이 어려웠던 분야다.

시렐리 박사는 "시냅스 연결 강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하나의 실험을 통해서는 이론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약 20년간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이론은 학습 내용 유지와 관련돼 있다. 이론적으로 사람이 하루 동안 접한 정보 가운데 뇌가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은 수면 시 이뤄지는 재규격화에 의해 결정된다.

익숙한 물건이 어린이 단어학습에 역효과?

위스콘신대학 지미 새프란 정신의학과 교수는 최초로 어린이의 학습 정지를 다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이들이 새로운 단어를 배울 때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미 익숙한 단어를 바탕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이 때문에 기존 학자들은 아이들이 새로운 단어를 쉽게 배우도록 주위에 친숙한 물건을 배치할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새프란 박사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행동은 학습 과정을 촉진시킴과 동시에 방해하기도 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해당 연구 공동저자인 론 폼퍼는 "일반적으로 친숙한 물건이 아이들의 단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다른 양상이다"라고 언급했다.

아동 주변에 놓은 익숙한 물건 중 일부는 밝은 색,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 먹을 수 있는 것 등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이는 학습이 필요한 새로운 물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해 습득을 저해하기도 한다. 즉, 익숙함이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폼퍼는 "3세에서 4세 사이 아동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사실"이라며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단어 학습 기회가 모두 동등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방에 갑자기 고양이가 들어온다면,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에는 좋지 않은 시점일 수 있다.

▲책을 읽고 있는 아빠와 딸(출처=픽사베이)

학습 과정, 시냅스보다 수상 돌기에서 활발해

한편,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 두뇌연구소 아이도 칸터 연구팀은 최근 학습 과정이 시냅스보다 수상 돌기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어떤 뉴런에 있어서도 학습 변수가 기존에 알려진 것 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시냅스 학습 이론에 수 천 가지 미세하고 민감한 변수가 있었던 것에 반해, 이 새로운 수상 돌기 기반 학습 과정에서는 각 뉴런마다 몇 개만의 적응 변수가 존재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새프란과 시렐리 박사의 연구 결과를 재해석하는 토대가 되며, 학습 과정의 불가사의한 성질에 대해 시사하고 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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