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가 항생제 내성을 가진 미생물을 전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게티 이미지)

농경지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인간 생활 환경에 해를 끼치는 설치류. 특히 그중에서도 곰쥐(Black rats)는 전염병과 렙토스피라증, 서교증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의 매개체다. 또한 향후 관련 질병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생쥐가 항생제 내성을 가진 미생물을 전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치명적인 잠재적 질병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생쥐에게 발견된 슈퍼 박테리아

생쥐는 뾰족한 주둥이와 작은 둥근 귀, 그리고 털이 없는 꼬리를 가진 흔하게 볼 수 있는 쥐다. 곰쥐와 달리 흰색부터 검은색까지 색상도 다양하다. 식당이나 가정에서 음식물을 오염시키고 공장에서는 포장 용품을 손상시키는 주범이지만, 새로운 연구에서는 이제 슈퍼 박테리아를 운반하는 매개체가 됐다.

▲설치류는 여러 종류의 질병을 인간에게 직접 전염시킬 수 있는 주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설치류는 여러 종류의 질병을 인간에게 직접 전염시킬 수 있는 주체다. 이들이 옮길 수 있는 몇 가지 질병을 소개한다.

1. 렙토스피라증 :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박테리아로 인해 발생된다. 쥐의 소변으로 음식이 오염되면서 전파될 수 있는데, 점막을 통해 신체 일부나 상처 부위에 침투하며 전염시킨다.

2. 림프구성맥락수막염 : 설치류가 퍼트리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으로, 감염된 생쥐가 배설물을 통해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드물게는 감염된 쥐에 물려 전염되기도 한다.

3. 서교증 : 스트렙토바실러스 모닐리포르미스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으로, 설치류에 물린 상처로 인해 유발된다.

4. 살모넬라증 : 살모넬라균에 의한 전신성 감염이다. 이 박테리아를 가진 쥐들의 배설물에 음식물과 음료가 오염되면서 전파된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한가지 질병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바로 미국미생물학회(ASM)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생쥐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최소 11개나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 컬럼비아대학과 RMC 해충 관리 컨설팅, CDC는 새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는데, 심지어 일부 박테리아는 항균제에도 내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쥐가 슈퍼 박테리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전염병학 교수인 W. 이안 립킨 박사는 이와 관련, 쥐의 배설물에 일반적인 항생제로도 치료하기 어려운 유해 박테리아가 있을 수 있다며, 오염된 음식은 반드시 폐기하고 오염된 장소도 철저하게 살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13개월간 뉴욕 전지역의 7개 장소를 선정, 주로 주거지역의 건물에서 416마리의 생쥐를 수집해 진행됐다.

▲생쥐는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최소 11개나 보유할 수 있다(출처=게티 이미지)

연구팀은 쥐 안의 미생물을 분석하는데 유전자 시퀀싱 기술인 리보솜 RNA(16s ribosomal RNA) 시퀀싱을 활용했다. 시퀀싱 테스트 결과 샘플에는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균이 가장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 확인됐는데, 특정 샘플에서는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 )가 고농도로 발견되기도 했다. 박테리아데테스는 토양이나 바닷물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동물의 피부와 인간의 구강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균이다. 이 박테리아는 질병 자체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반면 프로테오박테리아는 병원성 미생물인 에세리키아나 살모넬라, 헬리코박터, 예르시니아 같은 박테리아문에 속하는 균이다.

연구팀은 표적화된 PCR 스크리닝 테스트를 통해 박테리아 샘플을 더 조사했다. 유전사 시퀀싱 테스트에서 발견된 11종의 박테리아를 PCR로 스크리닝한 결과, 위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몇 가지 박테리아 균주가 발견됐다. 바로 시겔라와 살모넬라,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그리고 대장균 등이다. 실험에서 발견된 많은 미생물들은 항균제에도 내성을 갖고 있었는데, 특히 플루오로퀴놀론과 베타렉탐 약물에 대한 내성이 확인됐다.

플루오로퀴놀론은 퀴놀론에서 유래한 항생제로 보통 병원에서 비뇨 생식기 감염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베타락탐은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할 때 사용되는 약물로, 아목시실린이나 클록사실린, 세프트리악손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로 인해 생쥐가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을 퍼뜨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런 슈퍼 박테리아가 어디서 왔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다만 도시의 하수구 시스템 주변에 사는 생쥐들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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