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여성(출처=게티이미지)

폐경기에 돌입하는 나이가 늦을수록 기억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의 온라인 의학저널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런던대학교 연구진은 우리 몸의 신경계가 폐경기에 들어가는 나이가 늦어질수록 기억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즉 기억력은 폐경기 때의 단기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평생 호르몬 분비 과정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폐경기란 여성이 마지막 생리 주기를 갖는 나이로서, 평균적으로 51.5세다.

폐경과 기억상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극심한 기억상실이 나타난다. 또 파킨슨병이나 헌팅턴병 또한 심각한 기억 및 인지 장애를 유발하며 시간이 지나면 치매를 일으킨다. 이는 가끔 나타나는 건망증과 급성기억상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정상적인 건망증은 폐경기와 비슷한 신체의 화학적 수준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폐경기에는 신체의 에스트로겐 수준이 감소하기 때문에 건망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인체 내에서 에스트로겐이 감소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단기 기억력 문제를 일으키는 뇌 기능 저하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여성들은 호르몬 요법을 사용한다. 프로제스테론과 결합된 에스트로겐을 소량 투여하면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피임약(출처=게티이미지)

최근 연구는 폐경기 호르몬 요법이 갱년기 증상을 완화할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연구 저자인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의 로체스터 민은 폐경기 돌입 직후 갱년기 치료를 받으면 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오래 유지된다고 전했다.

기억력 상실 속도 저하

연구진은 에스트로겐 중 가장 강력한 에스트라디올을 피부 패치 형태로 복용한 여성들의 뇌 영역 중 사고력, 기억력, 추론력 등을 담당하는 배측면 전전두엽 피질이 7년 동안 건강하게 유지됐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뇌에는 기억 상실이나 알츠하이머병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적게 축적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르몬 약제를 단기간 복용한 환자에 비해 장기간 복용한 환자가 뇌 건강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연구 내용

이 연구는 1946년 이후 출생한 영국 여성 1,3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모든 여성은 43세, 53세, 60~64세 사이, 그리고 69세 때 각각 인지 기능, 단어 기억력 등의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연구진은 각 여성의 호르몬 대체 요법 치료 여부에 관계 없이 난소 제거나 자연 폐경으로 인한 폐경기 연령 정보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또한 교육 수준, 직업, 흡연 여부 등 사고력과 기억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점검했다. 단어 기억력 테스트를 위해서는 15가지 다른 항목을 제시했고 최대 점수는 45점이었다.

참가자들은 43세 때 평균 25.8개의 단어를, 69세 때 23.3개의 단어를 기억했다. 연구 결과 자연 폐경을 경험한 846명의 사람들은 1년에 평균 0.17개의 단어를 더 많이 기억했다.

기억 상실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을 조정하자 그 차이가 1년에 0.09개 단어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 작은 차이가 10년으로 늘어난다면 단어 기억력 점수 차이는 1점 이상으로 벌어진다. 이 작은 차이가 나중에 치매 발병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 및 결론

연구진에 따르면 일련의 테스트 점수 차이는 뇌 유도 신경자극 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를 코딩하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역할 때문이다. 뇌 유도 신경자극 인자는 기억력을 저장하고 고화시킨다. 뇌에 물리적 및 화학적 변화가 발생하면 정보를 정확하게 기억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가 어려워진다.

여성들의 폐경 연령과 단어 기억력 점수의 관계는 호르몬 대체 요법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수술로 인해 폐경을 맞이한 313명의 여성들에게서는 수술 당시 나이와 단어 기억력 점수 사이에 상관 관계가 없었다. 물론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를 포함했을 때의 결과다. 마지막으로 여성이 습득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에서 폐경기 나이와 검사 점수 간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폐경이 기억력의 감퇴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앞으로 기억상실 및 치매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이찬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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