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을 통해 고대 인류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다(출처=셔터스톡)

최근 이스라엘 카멜 산 미슬리야 동굴에서 치아가 남아있는 턱뼈가 발견됐다. 고생물학계는 현재 초기 지구에 거주하기 시작한 인간에 관한 여러 가지 이론을 재고하고 있다.

이 턱뼈는 약 20만년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일랜드 NUIG지구해양과학대학 존 머레이 박사는 "이번에 발굴된 유물로 기존에 알고 알려진 것보다 더 오래 전부터 초기 인간의 조상이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약 18만년전에 인류가 이동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

최근 중국의 한 동굴에서 10만년전 인간 치아를 포함해 여러 유물이 발굴된 이후 그 동안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모호해졌다. 머레이 박사는 미슬리야 동굴에서 발굴된 턱뼈는 수많은 고대 인류가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질러 이동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슬리야 동굴은 동부 지중해 및 그 섬과 연안 제국인 레반트 지역의 일부로써 이동하는 인파가 지나가는 회랑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굴된 턱뼈는 기존 이론에 새로운 사실을 추가한다. 중동 지역에서 현대 인간은 다른 인간 종과 수천 년 동안 서로 뒤섞여 살았다는 것.

머레이 박사는 이러한 이론에 가능성을 열어준 또 다른 고대인 DNA 연구를 언급했다. 이스라엘 허쉬코비츠 교수가 이끄는 텔아비브대학 연구팀은 고대 인류는 기후가 허락하는 한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허쉬코비츠 교수는 "아프리카를 벗어나는 움직임은 하나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아프리카를 드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치아 모형(출처=셔터스톡)

두개골과 함께 발견된 도구들

마리아 맥나마라 고생물학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화석이 아프리카 밖에서 발견된 해부학상 현대 인간 화석보다 두 배 이상 오래된 것"이라며 "이는 아프리카를 빠져나가는 현생 인류의 이주에 관한 증거를 발표한 최근 연구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턱뼈 이전에 아프리카 외부에서 발굴한 초기 현생 인류의 화석은 약 9만년에서 12만년전 것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 화석들은 레반트 지역의 스컬과 카프제에서 발굴됐다.

미슬리야에서 발굴된 턱뼈는 레반트 지역에서 완전히 개발된 르발루아(유럽 구석기 시대 중기에서 후기에 걸친 박편 석기계)식 기술과 관련이 있다. 즉, 기술의 등장이 해당 지역의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과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미슬리야 동굴에서는 두개골 일부 외에도 일련의 도구들, 특히 석기 공구 제작 도구가 발굴됐다.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발굴된 화석보다 오래된 두개골 외에도 이 도구는 현대적인 특징을 띠고 있다.

해부학상 현생 인류

허쉬코비츠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호모 사피엔스 화석과 비교해 미슬리야 동굴에서 발굴한 턱뼈 화석을 해부학상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로 볼 수 있다"며 "호모 사피엔스 화석은 단순히 원시적인 특징을 띠고 있지만, 미슬리야 턱뼈에 남아있는 앞니와 송곳니는 호모 사피엔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 특징은 현생 인류의 사촌격에 가까운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반 인류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허쉬코비츠 교수는 발굴된 치아는 앞니와 송곳니 내부 표면 가장자리에 있는 치관이 두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치관 바닥 끝 부분 같이 네안데르탈인과 공통된 특징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과학기술잡지 파퓰러메케닉스는 중국에서 발굴된 화석을 고려해 초기 인류의 이주 방법에 관한 라이벌 학파가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한 학파는 현대 에티오피아가 인류 이동의 시초며 이스라엘을 건너 동아시아로 향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파는 초기 인류가 아라비아 반도를 건너 인도를 지나 동아시아에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허쉬코비츠 교수는 아시아에서 발굴된 화석과 유사한 이스라엘 화석을 발굴한 이후, 북부 이주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초기 인류가 동남아시아로 이주했다는 이론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화석 증거가 발굴되면서 인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지구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 호모 에렉투스, 호모 플로레시언시를 포함해 최소 네 가지 인류가 존재했다. DNA 증거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은 이종 교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데니소반은 호모 에렉투스와도 이종 교배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DNA 염기서열 분석은 진행되지 않았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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