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하는 여성 손님과 남자 직원(출처=셔터스톡)

행동과학 전문가들은 고객이 상품을 보고 원하는 가격만 지불하는 PWYW(pay-what-you-want, 자발적 지불) 모델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는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에이엘렛 니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행동과학 부교수는 PWYW 모델이 규모가 작고 독립적인 카페의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형 커피 체인점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PWYW 모델은 자아상이 동기로 작용해 옳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커피 체인점을 찾는 고객들은 스타벅스를 위해 옳은 일을 하려는 생각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니지 부교수는 PWYW 모델에서 특히 고객이 식당 주인에게 직접 지불할 때보다 봉인된 봉투를 사용해 익명으로 지불하게 하면 훨씬 후한 값을 치른다고 지적했다.

독일 요한 볼프강 괴테대학교 프랑크푸르트암마인 연구진의 PWYW 실험에서는 돈을 전혀 지불하지 않은 고객이 한 명도 없었다. 평균적으로 손님은 식당이 이전에 받은 고정 가격보다 19% 덜 지불했지만, PWYW 모델 덕분에 손님이 늘어 전반적인 매출은 증가했다.

PWYW 모델은 롤러코스터 타는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에서도 성공적으로 작용했다. 니지 부교수가 실시한 실험에서, 고객들은 사진값으로 평균 92센트를 지불했다. 하지만 수익의 50%가 자선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알려주자, 고객들이 지불한 액수는 평균 5달러33센트로 증가했다. 다만 사진을 구입한 사람의 수는 줄었다.

니지 부교수는 사진을 구입한 사람이 줄어든 이유는 고객들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지만 그 정도의 액수를 지불할 의향은 없기 때문에, 적은 액수를 지불해 인색한 사람으로 보이느니 아예 사진을 구입하지 않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명한 베이커리 체인점인 파네라(Panera)는 2010년에 사회적 실험에 동참한 바 있다.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지만 살짝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 수프와 샌드위치로 유명한 파네라의 론 샤이크 최고경영자(CEO)는 시카고에서 매우 부유한 동네에 PWYW 콘셉트의 체인점을 열었다.

샤이크 CEO의 의도는 이 지역 부유한 사람들의 수치심을 이용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료 식사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샤이크 CEO는 이 지점을 파네라 브레드 재단(Panera Bread Foundation)으로 이전시켜 주주들을 위한 이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되는 가게로 만들었다.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지는 파네라의 이 지점이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타운하우스와 부유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스토어가 되기에 이상적인 곳에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 지역은 보행자 수가 많아 유료 고객뿐 아니라 무료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도 접근이 용이하다.

파네라는 무료 음식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여타 사회적 서비스의 일환으로 직업 훈련을 마친 빈곤층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했다. 이후 PWYW 모델로 운영되는 세 개의 파네라 시범 지점이 잇따라 문을 열었고 곧 순익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시카고 트리뷴지는 2018년 1월 4일자로 PWYW 콘셉트의 파네라 브레드 세인트루이스 지점이 곧 문을 닫을 것이란 소식을 전했다. 샤이크 CEO는 7년 간 PWYW 시스템으로 50만인분의 식사를 손님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님들은 평균적으로 이전에 받던 고정 가격의 약 85%를 지불했다며, 이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옳은 일을 하려 하고 PWYW 모델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보수주의 논평 웹사이트인 라이프제트(Lifezette)는 샤이크 CEO가 시도한 사회적 실험의 의도는 매우 이타적이지만, 그는 그러한 행동이 초래할 의도치 않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라이프제트는 1992년 8월 허리케인 앤드류가 플로리다를 강타한 이후, 허리케인 피해를 입지도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재해 상황을 기회 삼아 자동차에 식품과 구호물품을 잔뜩 채우고 다녔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작은 카페인 메트로 카페의 경우 당초 PWYW 모델을 30일 간만 운영하려 했으나 현재 2년 간 지속하고 있다. 메트로의 사장인 스티브 스누크는 매출이 월간 평균 1만2,500만 달러(한화 약 1,336만원)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누크는 가게를 처음 방문한 고객은 PWYW를 시행하기 전 가격을 묻고 지불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약 50%는 이전 가격 그대로, 25%는 이전 가격보다 많이, 25%는 이전 가격보다 적게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매우 적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아예 지불하지 않는 손님들에게도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이찬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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