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바라보고 있는 30대 후반 여성 김 씨는 호시절은 다 지나간 것 같은 기분에 우울하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도 울적하기는 했지만, 40대가 된다는 것은 '젊은 여성'에서 '중년 여성'으로 사실상 꼬리표가 바뀌는 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중년 여성이 된다는 것, 중년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여성에게는 우울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중년 여성이 삶에 불만족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한 연구에 의하면 여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대체로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공중보건학 연구진은 15년 동안 중년 여성의 스트레스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원인이 폐경은 아니라고 전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폐경이 시작되면 스트레스 및 우울감이 증가한다.

연구진은 42~53세 중년 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나이, 폐경, 사회인구통계학적 요인이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사회인구통계학적 하위 범주에서 스트레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백인, 중국인은 모두 스트레스 감소 수준이 비슷했다. 그러나 일본인은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편 조사 종료 시점의 평균 연령은 62세였다.

교육 수준이 더 낮고 경제적 어려움을 더 겪는 여성일수록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줄어들었다. 연구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헷지먼은 "연구 결과,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재정적 어려움을 더 겪는 여성들조차 중년이 흘러감에 따라 인식할 수 있는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은 그 후의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폐경에도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헷지먼은 "인식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폐경이행기에도 감소했다. 이는 폐경이 대단한 걱정거리가 아님을 시사한다. 중년에 겪는 그 밖의 사건이나 경험과 관련이 있는 듯싶다"라고 분석했다.

교육, 근로, 경제적 어려움 등은 오히려 폐경이행기보다 스트레스 증감의 변화를 잘 나타내는 지표인 듯싶다. 연구진에 의하면, 폐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경제적인 요인이나 기타 요인이 더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수준이 증가한 유일한 집단은 히스패닉계 여성과 뉴저지 백인 여성뿐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에 대해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뉴저지의 경우 열악한 환경이 스트레스 수준을 높인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중년 여성의 평균 스트레스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기는 했지만, 중년 시작부터 스트레스 수치가 높았던 여성의 경우 이후에도 스트레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중년 여성의 스트레스 감소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환경적·신경학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자녀들이 떠나고,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등이 스트레스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나이가 드는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기여한다. 헷지먼은 "어떤 일들은 나이만큼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 듯싶다. 감정적인 경험 혹은 신경화학적 변화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드는 것은) 경험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헷지먼은 "멋지게도, 우리 대부분은 중년을 보내는 동안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이 줄어든다. 삶 자체의 스트레스가 더 줄게 되거나, 어떤 일들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 듯싶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중년과 폐경기를 보내는 동안 인식할 수 있는 스트레스가 더 적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라고 말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