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미경 (출처=123RF)

생물학 연구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생물학적 과정을 탐구하는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세포의 역동성(cellular dynamics)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세포의 생김새와 활동을 보다 세밀하고 선명하게 보는 데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현미경 기법으로는 살아있는 세포 내 세포의 역동성을 정확하게 추적하기가 어려웠다. 3차원(3D)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HHMI)의 에릭 베치그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현미경 기법 덕분에 살아있는 세포의 세계를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포 활동을 3차원으로 관찰하는 현미경

베치그 박사가 이끄는 HHMI 연구팀은 '적응 제어 광학'(adaptive optics)과 '격자 시트광 현미경 기법'(lattice light sheet microscopy)을 결합하여, 세포 활동을 3차원으로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광학 현미경 기법을 내놓았다. 베치그 박사는 기존 현미경으로는 "자연 상태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활동하는 세포를 관찰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번 연구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적응 제어 광학 기술은 상의 왜곡 현상을 줄여 우주 관찰이나 미세구조 촬영 등을 가능케 하는 광학 기술이다. 그 동안은 주로 천문학 분야에서 활용됐다. 천문학자들이 수 광년 떨어진 별빛을 관찰할 때 지구 주위를 이동하는 대기의 기류는 빛의 방향을 바꿔 빛을 왜곡시킨다. 적응 제어 광학 기술을 이용하면 별에서부터 전달되는 빛을 가변형 거울에 반영시켜 광학적인 왜곡을 줄일 수 있다.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여행하지 않고도 천체망원경을 통해 별들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과학자 (출처=123RF)

격자 시트광 현미경 기법은 '시트광 형광 현미경 기법'(light sheet fluorescence microscopy)에서 한층 발전된 기법으로, 매우 얇은 격자 시트광이 세포의 단면을 지나면서 형광 단백질을 들뜨게 해 형광을 일으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촬영한 여러 개의 2차원 영상들이 합쳐져서 세포의 3차원 영상이 만들어진다. 세포 전체가 아닌 세포의 얇은 단면에만 빛이 가해지기 때문에 빛이 세포에 가하는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고 영상 포착 속도를 높여주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세포를 죽이지 않고도 생물학적 과정을 3차원으로 포착하는데 적합하다. 다만 세포 주변에 빛에 의한 왜곡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이 이 두 가지 현미경 기법을 결합한 결과, 세포의 역동성을 한층 더 생동감 있게 관찰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적응 제어 광학에 힘입어 격자 시트광 현미경 기법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됐다. 시야를 흐릿하게 만드는 빛의 왜곡이 없는 3차원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현미경 기법을 이용해 제브라피쉬의 눈이 생체 내에서 실제로 발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척수 신경회로의 발달 과정, 눈 안쪽에서 면역세포의 이동 과정, 암세포의 전이 과정 등 다양한 생명 현상을 관측해 얻은 3차원 영상을 공개했다.

이제 연구팀에게 남은 과제는 이 첨단 현미경 기법을 좀 더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현미경은 약 3미터 길이 탁자만큼의 공간을 차지하는데 일부 시설에서는 이 크기가 실용적이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연구팀은 작은 책상에도 설치 가능한 차세대 버전을 내놓기 위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 새로운 버전이 완성되면 HHMI 자넬리아캠퍼스의 첨단영상센터에 비치될 예정이다. 베치그 박사는 이 현미경이 상용화되어 생명과학 실험실 등에서 널리 활용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만약 체내에서 진행되는 세포의 활동을 정말로 알고 싶고 이를 가능한 한 높은 해상도로 체외에서 촬영하고 싶다면 이 현미경은 그 길로 가는 입장료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수많은 생물학적 과정들이 의학 연구원들과 과학 전문가들에게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생물학적 과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세포 역동성을 관찰하면, 세포질 분열, 세포 분열, 시냅스의 강도 등을 배울 수 있다. 아울러 악성세포의 세포 활동, 세포의 분열 및 회복 과정, 세포와 약물의 상호작용, 유전질환의 현상,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병기전 등을 이해하게 되면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이찬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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