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투푼가토(출처=123RF)

인간이 동물적 본능을 끊임없이 억누르고 길들이는 '자기순화' 과정을 거쳐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르셀로나대 세드릭 보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조사에 의하면 인간은 다른 짐승을 길들이기 이전에 스스로의 동물적 본능을 억누르고 길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크 교수는 이러한 행동을 셀프 도메스티케이션(Self-domestication), 이른바 자기순화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자기순화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인간의 특성을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와 같은 영장류와 개, 소, 양 등 가축의 두 무리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대해 보크 교수는 "가축과 인간 사이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것이 가축처럼 인간 또한 순화과정이 일어났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자기순화와 사회적응

자기순화는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본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 인간들의 경험이 과거보다 훨씬 덜 원시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본능을 다르게 사용하는 것뿐이다. 사냥을 위해 연마된 집단 본능이 사라지고, 현대적인 사회화와 새로운 형태의 본능이 그 빈자리를 차지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현실세계보다 더 많은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등 '사이버 본능'은 날로 발달되는 추세이다.

사이버 환경으로 인한 결과로, 우리는 소셜 엔지니어링 (사회 공학) 위협에 관심이 더 많다. 인간은 언어적으로 발전해 모든 종류의 정보를 목록화할 수 있게 됐고, 개인 정보와 우리 자신들의 데이터를 분류하게 하는데까지 나아갔다. 인간은 세계의 모든 인간을 서로 연결시켜 물리적이지 않은 공격으로도 서로를 착취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었다. 사회 공학이란 넓은 의미에서 강요부터 갈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기술적으로 사이버 보안의 맥락보다 앞서 있다. 사이버 보안상, 우리는 브라우저, 이메일, 사이트, 사이버상에서 기록되는 동안 우리가 기꺼이 밝히는 정보들과 관련한 사이버 본능을 가지고 있다. 회사들이 IT 부서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공학 위협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순화 가설은 부분적으로 사회환경에 적응한 사람들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을 통해 인간의 진화가 진행됐다는 점을 암시한다. 컴퓨터 심리학자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는 "어떤 시나리오를 뇌를 가진 유기체들에게 제시할 때 가장 자동적이고 타고난 반응은 바로 본능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갑작스런 위협과 기회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신속해야 하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순화와 동물적 본능

인간이 실제 세계에서 맹수를 만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투쟁할 것인가 도주할 것인가 하는 결론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우사인 볼트가 아니기에, 그리즐리 곰이 인간보다 훨씬 앞서 나가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곰과 마주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사람은 실제로는 움직이지 말고, 죽은 척하는 게 답이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본능도 아니며, 탈러가 제시한 것과는 다르게 훨씬 더 숙고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신경과학자 키라 보비넷은 "사람들이 본능을 따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자아 이미지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보비넷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우리 자신이 많은 지식을 지녔다고 생각하거나 실제 자기 능력보다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하게 우리는 우리의 본능에 도전하게 된다. 현대인의 잠재의식은 끊임없이 모든 경험과 행동에 대해 '나 자신과 맞는지 아닌지'를 질문하며 살핀다. '나'와 맞는 이미지들을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하고, 나의 이미지에 맞는 옷을 사거나 음식을 먹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와는 맞지 않은 본능을 포함해 많은 것들을 거부한다.

▲원시인류의 두개골(출처=123RF)

자기순화, 동물에게서도 발견돼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을 길들여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면, 미래에 다른 동물이 스스로를 길들여서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을까? 사실, 자기순화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관찰된 바 있다.

취리히대 진화생물학자 안나 린드홀름(Anna Lindholm) 교수 연구팀은 야생쥐에게도 자기순화가 일어난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위스 일나우 축사에서 일어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식량과 안전이 제공된 축사에서 살게 된 쥐들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가축화됐다. 린드홀름 교수는 "(축사에서) 달아난 쥐들과 달리 남아 있던 쥐들에게는 자기순화가 일어났다"며 "이러한 현상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즈음 그녀는 이 연구와는 별개로 쥐의 머리 사이즈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연구 기간 동안 쥐들의 머리 사이즈가 평균 3.5% 가량 줄어들었고, 이 역시 자기순화를 암시한 결과였다.

듀크 대학(Duke University)의 브라이언 할(Brian Hare)은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다는 자연 선택이 자기순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이 실험이 증명했다고 밝혔다. 인간은 쥐들에게 살아갈 자원을 제공하는 최소의 역할을 했지만, 이후 쥐들은 자기순화와 일치하는 신체적, 행동적 변화를 스스로 일으켰다는 것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오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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