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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보다 '명사' 말할 때 말이 천천히 나온다!
등록일 : 2018-05-17 07:15 | 최종 승인 : 2018-05-17 07:15
김은비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어떤 단어들을 말할 때는 유독 천천히 발음하곤 한다. 말을 잠시 멈추거나 '음' 하고 의미 없는 말을 발음하기도 한다.

이처럼 말이 천천히 나오는 현상은 언어의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정 단어를 발음하고자 할 때 쉽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의 프랑크 세이파르트와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의 발타자 비크는 영어와 네덜란드어를 포함해 아마존 우림, 시베리아, 히말라야, 칼라하리 사막 지역의 언어까지 다양한 언어를 분석해 언어의 보편적인 특징을 연구했다.

우선 연구진은 말이 천천히 나오는 현상이 주로 언제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어떤 상황에서 말을 멈추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발음 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말이 천천히 나오는 현상이 동사보다는 주로 명사 앞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다수의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경향성이었다.

그렇다면 유독 명사를 발음하기 전에 말을 천천히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명사의 경우 대체로 새로운 정보를 나타낼 때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정보를 불러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을 멈추거나 천천히 발음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명사 대신 대명사를 사용하거나 명사를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길동아, 청소 좀 해 줄래?'라는 말한 후 '너가 그 정도는 해야지' 하고 이어서 말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첫 문장에서는 '길동'이라는 명사를 썼지만 두 번째 문장에서는 '길동'을 대신해 대명사 '너'를 사용했다. 혹은 '길동아, 청소 좀 해 줄래? 그 정도는 해야지' 하고 두 번째 문장의 주어(명사)를 생략할 수도 있다.

이는 연구 대상이었던 영어에서는 물론이며(예컨대 'My friend came back. She (my friend) took a seat' 또는 'My friend came back and took a seat' 같은 문장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언어에서도 똑같이 관찰됐다.

그러나 명사를 대명사로 대체하거나 생략하는 것은 동사에서는 일어나기 힘들다. 동사는 새로운 정보뿐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표현할 때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한편 말이 천천히 나오는 현상은 명사가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한다. 명사 앞에 나오는 단어와 결합해 축소된 형태를 만들 수 없게 한다. 독일어의 경우, 동사보다는 명사에 접두사가 훨씬 적게 붙는다(예 : ent-kommen, ver-kommen, be-kommen, vor-kommen 등)

이번 연구는 특정한 순간에 말이 천천히 나오는 현상을 언어의 공통적인 특징으로서 심도 있게 연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어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한 연구는 전세계가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계속될 것인 만큼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로 기계와 소통하는 환경까지 조성되고 있으므로 인간의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희귀 언어와 사멸 위기에 처한 언어 등 다양한 언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듯 보인다.

이 연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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