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더불어 세계 각국 현대인이 즐겨 마시는 음료, 커피. 사람마다 선호하는 커피가 다른 것처럼 커피를 마시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기고자, 또 어떤 사람은 마실 때의 우아한 분위기를 소비하고자, 또 어떤 사람은 단순히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마신다. 커피만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존재도 없을 터인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커피의 한 가지 순기능이 더 부각되는 듯싶다. 커피가 팀워크를 이끄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것.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피셔비즈니스칼리지 연구진은 실험 결과 커피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팀 성과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신 경우 팀 작업 시 더 많이 말을 하게 될 뿐 아니라 관련 주제에 더 오래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연구에 의하면 이 같은 효과는 다함께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흔히 식사를 하거나 다과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서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런 맥락에서 발생하는 효과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커피 속 카페인이 각성을 불러일으켜 대화를 더 많이 하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은 이를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대학생 실험 참가자를 반으로 나눈 후, 한 집단에는 커피를 마시게 하고 다른 집단에는 사실상 마시지 않게 했다. 전자의 집단에는 커피를 맛보는 과업에 참여하게 한 후, 30분 동안 연구 목적과 무관한 활동(filler task)을 하게 했다. 카페인이 잘 흡수돼 효과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후자의 집단에는 커피를 실험이 끝날 때 마시게 했다.

이후 두 집단은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Occupy movement)'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이 운동은 지난 2011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어난 시위로, 극심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 시위는 격렬하게 이뤄진 시위였던 만큼 아직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참가자들은 15분간 이 시위에 대해서 토론을 벌인 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평가했다.

실험 결과, 토론 전에 커피를 마신 집단은 끝나고 마신 집단에 비해 자신 및 다른 구성원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연구진은 2차 실험 역시 전체적으로 첫 번째 실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다만, 1차 실험과 달리 모든 사람들에게 토론 전 커피를 마시게 했다. 그러나 한 집단에는 카페인이 없는 디카페인 커피를 주었다. 실험 결과, 카페인 커피를 마신 집단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집단보다 자신 및 다른 구성원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각성 수준과 관련이 있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실험 말미에 자신의 각성 상태에 대해 평가했는데, 카페인 커피를 마신 집단은 나머지 사람들에 비해 각성 수준을 높게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카페인/디카페인 커피 섭취 여부와 관계없이 각성 상태를 높게 평가한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해 더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각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면 종류에 관계없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카페인으로 인해 각성 수준이 높아져 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사실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원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를 하거나, 의견 대립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한다. 연구에 의하면, 카페인 커피를 마신 사람들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사람에 비해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서 일할 가능성이 높았다.

오하이오주립대의 연구는 '정신약리학 저널(Journal of Psychopharmacology)'에 발표됐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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