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계 미국인(출처=픽사베이)

생후 15개월 당시 체벌을 당한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美 남부 텍사스의 한 교육구에서 패들을 사용한 체벌을 적절한 지도 방식으로 인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체벌이 아동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력 연구는 미주리대학 가족정책 및 연구센터 구스타포 카를로 교수팀이 주도해 이뤄졌다. 카를로 교수 연구팀은 '조기 교육 연구 및 평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1,840명 어머니와 자녀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생후 15개월 유아에게 가해진 체벌

연구 참여자는 유럽·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저소득층 가정 출신으로 구성됐다. 데이터를 수집할 당시 연구에 참여한 아동은 생후 15개월, 25개월, 만 10세(초등학교 5학년) 연령 그룹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어머니와 자녀를 인터뷰하고 가정에 직접 방문, 5학년 아동의 경우 학교 교사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후 15개월에 심한 체벌을 경험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동은 5학년이 됐을 때 공격적인 행동이나 비행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았다. 사이언스 데일리지는 "이들은 타인을 돕는 것과 같은 긍정적 행동을 할 확률도 더 낮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럽계 미국인 아동의 경우 비슷한 시기와 강도의 체벌을 경험했어도 추후 부정적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이 목격되지 않았다.

카를로 교수는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영·유아기 자녀에 대한 체벌은 생각보다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의 올바른 정서와 행동방식 수립을 위해 어린 시기 체벌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긍정적인 행동을 보이기 위해서는 체벌보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발달 심리학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는 부모의 소득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아이의 행동 양상이 극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에 답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의문을 가지는 부모, 교사 등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해무익한 체벌

텍사스대학과 미시건 대학 아동 전문가들이 최근 발표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체벌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유해한 영향만을 미친다. 가족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나 어른이 손바닥으로 아이의 등, 둔부, 손, 발 등을 때렸을 때, 연구 대상으로 선정 된 17건 중 13건 사례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미시건대학 앤드류 그로건-케일러 부교수는 "아동에 대한 체벌은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 발생의 확률을 높였다"며 "이는 체벌을 가한 부모의 의도와는 반대되는 결과인 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체벌은 대물림 되는 확률이 높다. 어렸을 때 체벌을 당한 아이들은 커서 부모가 되면 자신의 자녀에게도 똑같은 체벌을 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텍사스대학 엘리자베스 거쇼프 인적발달 부교수는 "체벌은 다른 육체적 학대와 비슷한 수준의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가 체벌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긍정적인 양육 수단을 활용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학생 지도에 체벌 사용, 과연 괜찮은가

한편, 다수 연구가 체벌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남부 텍사스 쓰리 리버스 인디펜던트 교육구에서는 훈육 목적으로 보트 패들로 학생을 체벌하는 것을 허용해 논란이 됐다. 물론 부모가 자녀의 체벌에 동의한 경우에 국한된다.

매리 스프링스 해당 교육구 관계자는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체벌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 내 학교 체벌을 적극 허용하거나 이를 규제하는 법안 및 관행이 없는 주는 19개다. 이외 31개 주에서는 공립학교에서의 체벌을 불법으로 금지, 아이오와 및 뉴저지 주에서는 공립 뿐 아니라 사립학교에서도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미 심리학협회는 미국 내 체벌에 대한 여론은 지난 1960년대 이후 부정적인 쪽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2/3 이상이 아직도 어린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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