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의 생고기(출처=셔터스톡)

호주 축산공사(MLA)는 미래 실험실에서 배양한 배양육이 기존 육류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호주 축산공사는 실험실 배양육에 대한 수요 증가를 주장했다. 실제 미국 대규모 육류가공업체 '타이슨 푸드'도 이스라엘에 위치한 바이오테크 업체 '퓨쳐 미트 테크놀로지스'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양 기관은 육류 가공 과정에서 실제 동물의 개입을 일체 배제하고 순수하게 실험실에서만 수익성 있는 속도로 고기를 배양한다. 이에 따라 실제 동물을 도축해 고기를 얻는 기존 육류 가공 방식이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MLA 리사 샤프 마케팅 담당자에 따르면 육가공 산업은 보다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먹을거리를 원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육가공 업계 및 농수산업계는 물론 동물 권익 운동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뒤에는 다른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고기 섭취량을 줄이거나, 아예 먹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존재한다. 동물 권익 운동가들은 그 동안 서서히 식물성 육류 소비 확대를 준비해 왔다는 주장도 있다. 그 동안 채식주의자, 비건은 실제 고기 대신 이러한 대안 식품을 섭취해 왔다는 것.

샤프는 "식물성 육류에 대한 수요 증가는 채식주의자, 비건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실험실 배양육은 조금 다르다. 배양육은 엄연한 고기며, 단지 생산 방식이 기존 육류와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실 배양육은 소비자들에게 '대안 식품'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식품을 인조적으로 따라한 대체품을 제공한다는 것. 대안책 보다는 대체품이 훨씬 실제 고기와 유사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식물성 육류와 달리, 실험실 배양육은 그 자체로 육류며 고기다. 두 가지 주요 국제적 '메가트렌드'가 시장의 방향을 실험실 배양육 쪽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하나는 실제 고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생상 문제나 질병에 대한 우려 없이 실제 고기와 동일한 수준의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배양육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보다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이 열렸다는 사실이다.

샤프는 "호주 축산 업계는 동물 건강 및 복지의 지속적 향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식품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의 이러한 노력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배양육을 가리켜 '인조적'이라거나 '프랑켄푸드'라 부르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들은 실제 동물을 도축해야 얻을 수 있는 자연적 식품을 원하는 셈이다. 영국과 미국 내에서는 이미 배양육 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구체적인 실행을 추진하는 고위급 투자자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영국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을 비롯한 다수 투자자들은 '임파서블 버거'와 같은 배양육 버거 체인에 투자하고 있다. 임파서블 버거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햄버거 식당으로 실제 소고기 패티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육즙이 풍부한 버거를 판매한다. 이미 투자자들의 마음은 식물성 육류 및 배양육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규모 정육 업체인 타이슨 사가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에 투자한 것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한다. 퓨처 미트 테크놀로지스는 살코기만 있던 기존 배양육에 지방질과 근육 세포를 더했으며, 미래 배양육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활발하게 해당 테크놀로지를 개발한 소수 업체다.

퓨쳐 미트 테크놀로지스 창립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야오프 나흐미아스는 "배양육의 일반적인 생산 단가가 킬로 당 1만달러(약 1082만원) 인데 비해 퓨쳐 미트 테크놀로지스 사의 경우 이를 800달러(약 86만원)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중인 과학자들(출처=셔터스톡)

타이슨 사의 투자는 벤쳐 캐피털 부문에서 220만달러(약 24억원) 시드 머니를 가지고 이뤄졌다. 타이슨 사 기업 전략실 저스틴 휘트모어는 "우리는 기존 육류 가공 산업에도 계속해서 투자하겠지만, 외에도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물색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슨 사는 지난해 12월 31일, 식물성 단백질 개발업체 '비욘드 미트(Beyond Meat)'의 주식을 추가적으로 매입했다. 추가 매입 이전에도 타이슨 사는 비욘드 미트의 주식 상당부분을 이미 보유한 상태였다. 지난 2000년부터 오는 2050년 사이 육류 일반에 대한 수요는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전 세계 인구 증가 예상치에 기반한 예측이다. 2050년 전 세계 인구는 90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배양육 옹호자들은 오로지 배양육만이 환경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옥스포드대학과 암스테르담대학이 공동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험실 배양육은 일반 육류에 비해 82~96% 이상 물을 적게 소비하고, 가축을 기르는 데 필요한 땅도 불필요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96% 이상 적다고 한다. 오늘날 배양육 시장 장악에 가까이나마 다가섰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0개 정도다. 이 기업 중 한 미국 기업은 올해 말까지 배양육을 일반 유통업체에서 만나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멜버른대학 로빈 워너 교수는 이러한 주장에 회의적이다. 워너 교수는 "현재 기술은 햄버거 패티와 같은 분쇄육을 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반면 실제 고기는 근육 세포와 연결 조직으로 촘촘히 들어찬 아주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또 이러한 근육, 조직 속에는 모세 혈관과 지방 세포 등이 존재한다. 고기의 맛은 무려 750여 가지 화합물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