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중인 연구진(출처=셔터스톡)

최근 기술 발전에 따라 합성 생물학과 전자 공학 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제 과학자들은 단순한 세포를 생체 장치로 만들어 환경 및 미생물 제어를 감지하고 그것을 전자 장치와 결합해 에너지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합성 생물학

공학은 구조, 기계, 재료, 장치, 생명 시스템, 프로세스 및 조직을 포함한 시스템의 혁신적인 설계, 제조, 운영 및 유지 관리에 과학, 수학 및 증거를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합성 생물학은 공학 원리를 생물학과 혼합하는 것으로, 지난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가장 주목할만 한 10가지 신기술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합성 생물학은 생명 공학 분야의 한 구성 요소로서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해 제품을 합성하거나 더 큰 장치를 만들거나 세포를 제조 공정 내에서 능동적인 재료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최근 진행된 새로운 실험에서 연구진이 박테리아를 신체 센서 전자 장치와 통합해 포유류 세포 장치를 만들었다.

박테리아 구성 요소가 내장된 무선 센서 장치

박테리아는 이미 예전에도 인공 박테리아 센서로 이용된 바 있다. 이것은 박테리아를 사용해 주변을 감지하고 반응하도록 만든 센서다. 전자 공학 기기 또한 생물학적 센서로 사용된다. 그리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연구진이 이 두 장치를 하나로 결합했다.

모바일 전자 기기의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수명이다. 특히 장치가 작은데 센서와 같은 활성 구성 요소를 다량 포함한 경우, 배터리 문제가 제기된다. 실시간으로 샘플을 수집해야 하는 센서 또한 마찬가지다.

MIT 연구진은 인체 내부 소화 시스템에서 출혈을 감지하고 무선으로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는 섭취 가능한 센서 장치를 설계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박테리아와 전자 장치를 결합해 1.5개월의 예상 배터리 수명을 달성했다. 프로바이오틱 및 에너지 보존 박테리아는 센서 구성 요소로 설계됐다. 그리고 울트라 저에너지 반도체 기반 전자 장치가 신호를 탐지 및 전송한다. 이런 접근 방식은 전자 센서의 문제점인 배터리 소모를 해결한다. 박테리아가 센서 및 신호 전달 기능과 일종의 배터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이다.

소화관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적혈구에서 방출된 헴(heme)이 합성 전자 장치에 있는 대장균 박테리아로 인해 검출된다. 이 합성 박테리아는 헴을 적극적으로 세포 안으로 가져오는 헴 전용통로를 포함한다. 빛을 생성하는 유전자 카세트는 HrtR 억제 단백질의 규제를 받으며 HrtR 억제 단백질은 빛 유전자 카세트 근처에 있는 DNA와 결합해 그것이 발현되는 것을 방지한다.

헴이 박테리아에 들어가면 HrtR과 결합해 그것이 DNA에 결합되는 것을 막는다. 박테리아는 자유롭게 빛을 만들고 장치의 전자 회로가 이 빛을 감지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장에 출혈이 발생했을 때 세균이 빛을 생성하고 전자 회로가 이 빛을 탐지해 근처 컴퓨팅 장치로 신호를 전송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5mAh 리튬 망간 버튼 셀 배터리로 구동된다. 이 장치의 수명은 박테리아에 의해 제한되지만 건조 저장 기술을 적용하면 수명이 크게 연장될 수 있다.

▲페트리 디쉬에 담긴 박테리아(출처=셔터스톡)

재프로그램된 미생물 제어 장치

박테리아는 이처럼 진단 장치 제작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인체에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개발 중인 항생제의 수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항생제 위기다.

항생제 위기는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지만 항생제가 아닌 새로운 치료법에 의해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연구진이 만든 '미생물 제어 장치'가 그 예다.

이 미생물 제어 장치는 인간 배아 신장 세포주(HEK-293)로 구성되며 접근하는 박테리아를 탐지하고 박테리아가 생물막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합성 유전자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생물막은 용해성 신호로 세포 간 통신이 이루어지고 미생물 군집이 활동을 조절할 때 생성된다. 이 생물막은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고 있으며 제거가 매우 어렵다. 생물막이 생기면 임플란트 시술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예를 들어 무릎 연골 임플란트 등의 수술을 위해서는 생물막 생성을 방해해야 한다.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포밀펩타이드를 분비한다. 합성 유전자 네트워크는 포밀펩타이드 G 단백질 결합 수용체로 이루어진다. 이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상호 변환하는 자가 유도 인자-2(AI-2)가 분비되는데 이것이 생물막의 형성을 막는다.

미생물 제어 장치를 이용한 실험 결과 병원성 효모 칸디다 알비칸스의 생물막 생성이 50%까지 감소했다. 이 장치를 향후 캡슐로 만들어 이식 수술 등에서 생물막 제어 장치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세포를 새로운 기능으로 프로그램하고 새로운 장치에 통합했다. 이런 바이오 장치의 장점은 전자 장치에 비해 에너지 효율적이며 사용 범위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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