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적(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워싱턴대학과 노터데임대학, 울런공대학 고고학 연구팀이 약 6만 5,000년 전 호주에 정착했던 현대 인류의 유물을 발굴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발굴 현장인 '마드제드베베'에서의 유물과 사용했던 연대 측정 방법에 관해 '네이처'지에 발표됐다.

최초의 인간이 호주에 도착한 시기와 방법은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초기 현대 인류는 아프리카에서부터 이주하기 시작했으며 호주가 그 종점이 됐다. 이에 따라 호주로의 이주는 인간 진화 역사 해석 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해부학적으로 현대 인류는 20만년 전 아프리카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중국에는 8만년 전에 나타났다. 수많은 고고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최초 현대 인류가 호주에 나타난 것은 약 4만 7,000년 전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최근 아프리카에서의 인류 확산 시기와 수단, 경로에 관해 답하지 못한 수많은 질문들이 있기 때문에 호주의 인류 정착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89년 발굴 당시 초기 인류의 활동을 6만~5만년 전으로 추정했지만, 고고학자들은 해당 이론을 받아들이기 주저했다. 발굴 지역의 모래 침전물 때문에 보다 깊은 층에 들어있었던 유물을 야생동물들이 땅을 파고 밟아 움직이기 쉬웠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일부 고고학자들은 모래 침전물의 연대 측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논쟁은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100년 전에 살았던 호주 원주민 머리카락의 DNA 분석으로 호주 원주민 혈통이 약 6만 2,000년~7만 5,000년 전 초기 아시아인으로부터 나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기후 변화의 증거로 뒷받침된 일부 이론은 4만 5,000년~4만 3,000년 전 거대 동물의 멸종 당시 인류가 연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론에 따르면, 호주로 이주해온 초기 인류는 서로 앞 다퉈 식량을 찾는 등 당시 지역 토착 거대동물인 캥거루나 거북, 웜뱃 멸종에 일조했다는 것.

퀸즈랜드대학과 군드제이미원주민협력체 간 협의 이후 연구팀은 호주 미라(Mirarr) 원주민과 협력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협약으로 미르 부족 관리인은 발굴 과정을 전면적으로 통제했으며, 발굴품 전시도 감독했다.

발굴 기간 동안 학자들은 레이저 정밀 측량기를 사용해 1만 개가 넘은 석조 유물을 3차원으로 기록했다. 레이저 정밀 측량기는 레이저와 프리즘을 사용해 물체 위치와 특징을 밀리미터 범위로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다.

연구팀은 분석 후, 유물이 움직였을 수도 있다는 이전 주장을 반대했다. 조립이 가능한 조각난 유물을 발굴한 후 지상에서의 유물 움직임을 실험하고, 서로 떨어진 유물 간 거리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100개가 넘는 샘플을 수집한 후, 방사선탄소 연대측정법과 광여기루미네선스(OSL) 연대측정법을 사용했다. 방사선탄소 연대측정법은 최대 5만년까지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팀은 OSL 측정법에 의존해야 했다.

그들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수천 개의 분리된 모래 입자에 연대측정법을 사용했다. 또한 분석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실험실과 샘플을 공유했다. 드디어 연구팀은 마드제드베베와 호주에서 초기 인류의 정착이 약 6만 5,000년 전에 시작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 진화에 새로운 실마리도 던져줬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 발굴된 현대 인류와 호모 플로레시언시가 약 1만 5,000년 전에 함께 생활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약 6만 5,000년 전부터 호주에 살았던 초기 인류는 거대 동물이 멸종하기 전까지 약 2만년 동안 공존했음을 입증했다.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초기 인류가 곱게 간 광물과 황토를 섞어 일종의 페인트를 만들어 미술 도구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리고 날이 둥근 손도끼와 숫돌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석기도 발굴했다.

또한, 불에 그을린 판다누스와 참마, 과일 씨앗 조각을 불을 피운 흔적 옆에서 발굴해 초기 인류의 식량에 관한 단서도 발견했다. 전 세계 고고학자들은 이번 바드제드베베의 발굴 결과가 기존 현대 인류 이주 이론과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혔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