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문짝거미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호주 '문짝거미(trapdoor spider)'가 곤드와나 대륙 지리적 분리의 산물이 아닌, 아프리카에서 바다를 건넜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거미종의 확산은 기록된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다.

곤드나와 대륙은 고생대 후기부터 1억년 전인 중생대 중반까지 남반구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륙이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연구진은 문짝거미가 지리적 분리 이후 수년간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즉, 남아프리카에서 현재 서식하는 장소인 호주까지 자연적인 방식으로 이동했다는 이론이다.

과거 다윈 연구에 따르면, 유기체의 장거리 확산은 유기체 진화사의 원인이 된다.

기존에는 남반구에 서식하고 있던 수많은 문짝거미가 곤드와나 대륙 분리 기간 동안 이동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추측의 근거는 남반구의 거리다. 하지만 분자 기법 개발로 이전 주장이 근거를 잃고 관련 연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약 1억 6,000만년 전 곤드와나-아프리카가 분리된 후, 수년에 걸쳐 아프리카에서 서식하고 있던 문짝거미가 양 지역 사이에서 확산됐다는 것.

연구를 진행한 해리슨 박사팀은 남아프리카 문짝거미 다섯 마리와 호주에 서식하는 문짝거미 일곱 마리에서 채취한 하나의 미토콘드리아와 다섯 개의 핵, 총 여섯 개 유전자를 비교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 문짝거미 종이 아프리카 문짝거미 종에서 분화됐는지 판단하고자 마련됐다. 이에 따라 두 종 간 DNA 유전 암호를 비교하는 형식으로 이뤄졋다.

연구팀은 200만년 전 호주의 문짝거미 종이 아프리카 종에서 분화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 현대 인류가 호주로 이주하기 전 문짝거미가 먼저 분화됐기 때문에 인간이 문짝거미 이동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이전 주장을 반박했다.

이번 분화에 관한 연구를 통해 호주 문짝거미가 아프리카에서 장거리를 이동해 현재 서식지인 호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호주 문짝거미가 아프리카 속(屬)에 속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증거다.

문짝거미는 코모로스 화산섬에서도 서식한다. 이 곳은 아프리카 본토에서 약 340km 떨어져 있다. 이는 문짝거미의 확산을 입증하는 초기 증거로, 이번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연구진은 "호주 문짝거미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바다로 흘러나간 잔재나 해초 같은 것을 타고 호주 대륙으로 확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짝거미는 일생 동안 출생 장소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피 해리슨 박사는 "문짝거미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방법으로 확산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문짝거미의 눈꺼풀과 실통, 낮은 신진대사 요건 등이 이동에 적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확산설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문짝거미가 거미종에서는 최초로 확산한 종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동물종이 바닷길을 통해 확산됐지만 거미에서는 문짝거미가 최초로 바다를 통해 확산됐다. 남아프리카에서 문짝거미를 포함한 동일한 속(屬)이 32종 서식하고 있지만, 문짝거미만이 유일하게 호주에서 서식 중이다.

연구진은 호주 문짝거미가 아프리카 문짝거미와 유관한지 확인하기 위해 여섯 가지 유전 지표와 함께 분자시계기법을 사용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문짝거미가 호주에 도달하기 위해 약 1만km를 이동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한편, 문짝거미는 호주에서도 남단에 위치한 캥거루 섬에서만 서식하며 지난 1919년에 처음으로 기록됐다. 호주 1센트짜리 동전 크기만 하며, 굴속에서 생활하고 알을 낳는다. 부화한 문짝거미는 약 2m만 이동해 새로운 굴을 만들고 그 곳에서 평생을 산다.

▲호주 문짝거미(출처=플리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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